터키 의회가 2일(현지시간) 내전 중인 리비아에 자국 군대를 파병하기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내전이 이어지는 리비아를 둘러싼 외세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의회 의원들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리비아 파병 동의안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찬반 표결을 실시해 찬성 325표, 반대 184표로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과 친여 민족주의행동당(MHP) 의원들이 찬성표를,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좋은당(IYI) 등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정부는 향후 1년 동안 필요한 규모의 병력을 적절한 시점에 리비아로 파견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받았다.
푸아트 옥타이 터키 부통령은 이날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필요한 규모(의 부대)를 필요할 때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리비아 파병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리비아통합정부(GNA)가 파병을 요청했다”며 “우리는 모든 형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터키 정부는 리비아 파병이 리비아와 동지중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터키 야당은 군대 파견이 터키를 또 다른 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면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터키는 지난해 11월 GNA와 안보·군사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는 GNA의 요청이 있을 경우 터키가 군사 장비를 제공하고 군사 훈련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를 통치하는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됐다. 양측의 대결은 지난해 4월 하프타르 LNA 최고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하면서 격화됐다. 특히 최근 몇 주 동안에는 하프타르 사령관이 트리폴리 탈환을 위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전투’를 선언하면서 양측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의 합법 정부로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서방 진영에선 이탈리아가 GNA 쪽을, 프랑스와 러시아는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터키의 리비아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리비아 내전이 외세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터키 대통령실은 이날 리비아 파병안의 의회 통과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리비아 사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지역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날 터키 의회의 결정에 관한 성명을 내고 “이집트는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이 조처를 최대한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비아에 대한 터키군 개입은 지중해 지역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터키는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은 지난달 31일 이집트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리비아 내전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거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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