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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정당·정책
[토요워치] 혁신 손놓은 기성정치에 분노..2030의 유쾌한 '국회 갈아엎기'

■ '꼰대 정치'에 반기 든 밀레니얼





#지난 2018년 8월, 이관수 서울 강남구의회 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이해찬 대표를 비판했다. ‘이 후보에 대한 청년 2,300명 지지 선언’이 “지지 확인 없이 중앙당 선관위원까지 급하게 넣은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년들을 거수기로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다음해 민주당은 설훈·홍익표 의원의 ‘20대 비하’ 발언과 ‘조국 사태’ 등으로 청년세대로부터 ‘진보 꼰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청년들 앞에서 ‘자식 자랑’으로 논란을 빚었던 황교안 대표는 같은 해 1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정책 비전 발표회’에서도 청년들로부터 ‘혼쭐’이 났다. “구색 맞추고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청년들을 이용한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한국당이라고 하면 ‘노땅’ 정당이라는 얘기가 많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오후2시에 행사를 열다니, 사회생활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얘기냐” 는 등의 발언에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메모만 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지난해 12월 “우리는 더 일해야 하는 나라”라고 발언해 “이래서 꼰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 갖췄지만

경쟁 치열하고 부모보다 못살아

제 목소리 높이며 속속 정계 등판

1,400만 밀레니얼세대 대변 나서



밀레니얼 세대가 여전히 ‘나 때는…’ ‘노오력’을 외치는 ‘꼰대’ 세대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구가 많은 소위 베이비붐 세대가 다시 자식을 많이 낳아 만들어진 세대라는 의미의 에코붐(Echo boom) 세대와 겹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비슷하지만 저성장 시대를 맞아 학업·취업 등에서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가진 세대’로도,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로도 불린다. 기성세대의 성공방식보다는 ‘혼자만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 이미지가 강한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청년정치인들이 매번 ‘이미지세탁’용으로 쓰이고 버려진다. 이런 정치권에서도 최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공천에서 청년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적극적으로 청년들을 영입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은 아예 ‘중도·청년정당’임을 내세웠고, 정의당도 당선권 비례 순번의 20%가량을 청년들에게 할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인구구조를 보면 청년들의 정치적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밀레니얼 세대가 올해 총선에서 캐스팅보트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20~30대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390만명에 이른다. 베이비붐 세대인 50~60대는 1,495만명 정도다. 중간세대인 40대는 838만명, 70대 이상은 546만명 정도다. 여기에 선거연령이 만 18세까지로 확대됨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에 추가로 50만명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년 표심 잡기에 가장 고민하는 정당은 한국당이다. 민주당에 비해 한국당은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다. 이 때문에 황교안 대표도 지난해 12월31일 “젊은 세대와 공감하는 능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며 “인재 영입으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20대(만 19세~29세)의 민주당 지지율은 40% 정도로 꾸준했다. 30대에서도 민주당은 5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한국당은 20대와 30대 모두에서 10% 근처의 지지율을 맴돌았다. 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기성정치가 모두 싫다는 청년무당층 역시 만만치 않다. 20대(만 19~29세)에서 무당층의 비율은 30~40%를 기록해왔다. 30대에서도 무당층의 비율은 20% 초중반 정도로 결코 낮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무당층의 비율이 지지율 1위 정당 지지율을 앞선 경우는 20대가 유일했다.

정치 전면에 나서는 밀레니얼 정치인들의 면면은 독특하다. 지난해 12월 새보수당 젊은 부대변인으로 임명된 이예슬(30)씨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교 재학시절 월드미스유니버시티 한국본선까지 진출했던 이 부대변인은 이후 모델과 배우 등으로 활동했다. 이 부대변인은 2018년부터 작은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해오기도 했다. 김용식(32) 한국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PC방과 카페를 운영하던 소상공인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PC방 종업원들을 줄이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느끼고 정치 입문을 결정했다고 한다. 운동권 출신이나 법조인·관료 중심의 기성정치인들이 직접 마주하기 어려운 사회적 경험을 정책에 녹여낼 수 있는 셈이다.

총선앞둔 여야 청년 모시기 분주

단순 ‘이미지 세탁용’ 영입은 한계

스토리있는 인물로 쇄신 나서야



청년정치인들은 이제 기성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기성정치인들이 탁상공론식으로 내린 결정들이 청년이나 소상공인 등 사회 약자들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며 “기성정치인들은 서민들의 시각과 달라 실생활과 괴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새로운보수당 등 총 9개 정당 소속 청년정치인들이 만든 모임인 ‘청년정치네트워크’에서도 “586세대는 여전히 80년대 사회에 머물러 있다” “기성정치권은 기후·기술 문제들이 산적했는데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지 토론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실존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가 그 기능을 못하고 멈춰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년정치인들은 세대교체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혁신에 대한 무관심’을 들었다.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사고가 굳은 의원들이 4차 산업혁명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으로 각광 받은 ‘타다’가 대표적인 예다. 김 의원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타다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진영논리에 빠져 타협을 이뤄내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청년 국회의원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설령 그런 부분이 있다 해도 국회의원이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생기는 손해보다 크지는 않다”고 했다. 민주화 시대에 빠진 진보당, 반공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당이 드잡이를 하느라 국회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단순히 정당 이미지 세탁용이 아닌 제대로 된 청년인재들이 정계에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 들어가는 대다수 청년들은 기성정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도 전직의원 출신의 자녀가 대변인직을 맡거나 보좌진 가족이 청년인재로 영입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당 소속의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당에서 예뻐하는 정치인 자녀들이나 수천억 자산가들의 자녀들이 청년정치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다. 정당 이미지 개선용 청년 꼰대들은 다양한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라는 게 보통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 많지만, 그것이 이미지 쇄신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정말 쇄신을 하려면 단순히 나이가 어린 젊은 사람들보다 스토리 있는 사람들을 데려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방진혁·김인엽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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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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