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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경찰발 검사순위 리스트’ 존재 논란.. “靑의 경찰 의존 심화 돌아봐야” 지적도

"경찰이 작성한 검사 순위 리스트 있다" 소문 확산

검사 인사 대상자에 대한 세평수집 과정서 불거져

경찰의 檢 세평수집 정당성을 돌아봐야 한단 지적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로 경찰이 세평수집 독점해

靑의 경찰 의존 높아지는데 경찰 권한 분산은 더뎌

"돌이킬 수 없는 '경찰공화국' 될 수 있다" 우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보험범죄 방지 유공자 시상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서초동에는 ‘경찰이 작성한 검사의 인사 순위 리스트가 나왔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음날에는 이 리스트를 소지하거나 본 기자는 3~4명, 검사는 2~3명이 있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소문에 따르면 리스트에는 사법연수원 28~30기 검사들 이름이 번호와 함께 적혀있다. 그런데 이번 정권과 가깝다고 알려진 검사들은 앞쪽에 포진해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 라인 등 정권에 각을 세운 검사들은 주로 뒤쪽에 있다고 한다. 친정권이 확실한 검사들은 리스트에서 아예 빠져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경찰이 지난해 12월30일부터 검사장·차장검사 등 승진 심사 대상자인 검사 100여명에 대한 세평(世評) 수집 작업을 하던 와중에 불거진 소문이다. 법무부는 이 검사들에 대해 지난해 12월 초 인사검증 동의서를 받았다. 이후 법무부가 명단을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넘기고, 청와대는 다시 경찰청 정보국으로 내린 상황이다.

다만 경찰이 인사 대상 검사들에 대해 이같은 세평 수집 작업을 해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번 정부는 물론이고 이전 정부에서도 세평 수집을 해왔다. 하지만 검사들의 순위를 매긴 것으로 의심되는 리스트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검찰은 “경찰이 검사를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라며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부글부글하고 있다.

경찰은 순위 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전날 경찰청 정보국은 해명자료를 내어 “지방청에 하달한 명단에 표시된 숫자는 업무 편의를 위한 단순 ‘연번’에 불과하다”며 “검사들의 순위를 기재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검사 뿐 아니라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순위를 정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했다. 친정권 검사들이 리스트에 빠져 있다는 소문에 대해선 “세평을 수집하는 일선 경찰에게 관할 지역에 해당하는 검사 명단만 주었기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점심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같은 리스트 존재에 대한 의혹은 리스트를 입수했다는 측에서 실물을 공개하기 전까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리스트 논란을 계기로 경찰의 세평 수집 작업 자체가 법적·정치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검사 등 공무원의 인사 자료를 넘겨 받아 세평을 수집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하냐는 의문이 나온다. 정보경찰 본연의 업무는 치안정보와 정책정보 수집이다. 특히 검사들 사이에선 “개인정보이용 동의는 청와대에다 한 것이지 경찰에다 한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청와대의 인사정보 처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에 따라 위탁받은 것이란 입장이다. 여기에는 행정절차법에서 행정기관이 서로 응원(지원)을 할 수 있게 한 조항과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 처리를 다른 기관에 수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거론된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검증 동의서에 경찰, 국세청 등에 위탁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찰에게 검사의 세평 수집을 맡기는 것은 부당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과 검찰은 ‘견원지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검사에게만 부여한 영장청구권에 대해 경찰은 오랜 기간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현재는 검찰의 권한을 경찰로 옮기는 방향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더군다나 검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울산지방경찰청의 ‘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경찰은 세평 수집 과정에서 편향성을 경계하고 중립성을 지키려 하겠지만 이같은 검·경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평가가 왜곡될 소지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예컨대 경찰에게 강경하게 굴었거나 싫은 소리를 해온 검사들은 세평 수집 과정에서 평판의 취사선택 등을 거쳐 부정적인 평가를 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검사가 예전 국정원의 평가를 의식했던 것처럼, 경찰의 평가도 의식하며 영향받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경찰이 검사의 세평 수집을 독점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이전 정부까지는 경찰뿐 아니라 국정원도 세평 수집을 했다. 그래서 서로 교차검증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국정원 국내파트를 폐지하면서 세평 수집 업무가 경찰에만 맡겨지게 됐다. 경찰의 업무는 그대로지만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경찰은 이같이 세평 수집을 독점하게 된 상황을 의식하며 일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2월13일 한겨레신문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경찰청 정보국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국내 정보가 폐지되며 경찰청이 사실상 ‘유일한 검증기관’으로서 중추적 역할, BH(청와대)에서도 양적·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라고 서술했다.

이러한 세평 수집과 더불어 청와대의 경찰 의존이 심화되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해 12월12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 이후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 공무원(파견 종료 포함)은 모두 47명이다. 검찰에서는 검찰 수사관 20명만 파견됐을 뿐 검사 파견자는 제로였다. 이는 이번 정부가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청와대에 검사 파견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경찰은 청와대와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 권한에 대한 견제책 도입은 늦어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국회에서 통과되면 경찰의 권한은 지금보다 더 세지게 된다. 그러나 경찰의 권한을 쪼개는 자치경찰제 시행 법안은 국회서 계류하고 있다. 여권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등 검찰개혁에 ‘올인’한 때문이다. 또 정보경찰과 관련해서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쪽에서 폐지 논의가 나오긴 하지만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지는 않는 모양이다.

지난 5월 영장심사 출석할 당시의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연합뉴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경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각 지역의 여론 동향을 쥐고 있는 수천명의 정보경찰이 활동하고 있는 한 국회의원들은 경찰에 밉보일 일을 하긴 어렵단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3,200여명의 정보경찰을 둔 경찰청 정보국이 친박 후보 당선 지원 등을 위한 선거 개입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8명이 지난 6월에 기소된 바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검찰이 ‘무소불위’ 권한을 누려온 때문에 권한을 줄이고 쪼개고 있는데, 이 권한이 경찰로 일부 넘어간다면 경찰 전체 권한이 전보다 비대해지지 않게 바로바로 쪼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의 경찰 의존은 심화되고 그 와중에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경찰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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