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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비싼 수업료 또 내야 하나

김민형 산업부 차장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몰 3사’인 쌍용차·르노삼성·한국GM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다.

압도적 1위인 현대차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17년 만에 내수판매 70만대(대형 상용차 제외)를 돌파하며 오히려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스몰 3사는 모두 전년 대비 쪼그라든 실적을 받아들었다. 그나마 쌍용차가 10만대를 넘겼을 뿐 르노삼성과 한국GM은 9만대에도 못 미쳤다. 특히 한국GM은 사상 처음으로 연 판매량이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에까지 밀려 국내 판매 순위가 6위로 내려앉았다.

더욱 큰 문제는 새해 들어서도 이렇다 할 반전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암울하다. 굴욕적인 실적을 받아든 한국GM은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새 집행부에 떠넘겼다. 그 사이 생산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창원공장은 지난해 12월31일 7개 도급업체와 계약을 종료했다. 도급업체들에 소속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585명이다. 일터를 잃은 이들은 공장 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사측은 이들을 고소했고 비정규직 측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하는 등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르노삼성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노조의 ‘게릴라식 파업’ ‘지명파업’ ‘상경 집회’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2월 임단협을 놓고 파업에 돌입했지만 조합원의 참여율이 30~40%에 불과할 정도로 외면당했다. 당시 사측은 연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파업 불참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노조는 반성이나 투쟁방향 수정은커녕 오히려 변칙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측이 아예 대응할 수 없도록 파업지침을 수시로 바꾸고 이례적인 교섭기간 중 기습파업까지 감행하며 공장을 멈춰 세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11년 전 ‘옥쇄파업’까지 치르며 한국GM과 르노삼성이 겪는 상황을 미리 경험한 쌍용차는 어떨까. 최근 몇 년간 판매부진으로 쌍용차는 다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올해 복직할 예정이었던 지난 2009년 해고자 46명에게 복직 대신 유급휴가를 제안했다. 10년을 기다린 46명의 가장과 가족의 희망이 산산조각 날 위기다. 복직만 바라며 버텨온 동료들에 대한 부채의식이든, 과거 일방적인 투쟁에 대한 학습효과이든 뭐든 좋다. 쌍용차 노조는 11년 전과 다른 선택을 했다. 노조위원장이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각 조합원을 대상으로 연봉을 각 1,000만원가량 깎는 자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숙제다. 굳이 비싼 수업료를 또 내야 할까.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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