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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에드워드 코크와 법의 우위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후계자 없이 사망하자 1603년 스코틀랜드의 왕이었던 제임스 6세가 제임스 1세로 잉글랜드의 왕위에 올랐다. 제임스는 어머니 메리 여왕이 종교 갈등으로 폐위된 후 불과 1살에 스코틀랜드의 왕이 돼 어머니를 폐위시킨 귀족들 손에 양육됐다. 어머니 메리 여왕은 잉글랜드에 망명해 있다가 엘리자베스 1세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는데 엘리자베스 1세는 제임스의 대모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불안한 삶을 살았지만 독실한 개신교 신앙의 토대 위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종교와 고전 문학은 물론 시와 음악에도 능했다. 그는 잉글랜드의 왕이 된 후 성서를 영역해 편찬하는 등 계몽군주의 면모도 보였지만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만심과 왕권신수설 주장으로 의회와의 불화가 계속됐다.

제임스 1세가 직접 또는 자신의 심복을 통해 재판에 관여하려고 하자 판사들과도 마찰이 발생했다. 제임스 1세는 1608년 11월14일 웨스트민스터 홀에 영국의 모든 판사를 모아놓고, 판사들은 왕의 대리인이므로 왕은 어떤 사건이든지 판사의 관할권을 박탈하고 자신의 신하에게 재판하게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판사였던 에드워드 코크(Edward Coke) 경이 나서서 이렇게 답했다. “바로 이곳에서 모든 판사의 명백한 동의하에 답하건대, 왕은 어떤 사건도 재판할 수 없고 법원만이 법과 영국의 관습에 따라 판단하고 재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임스 1세는 이 말을 듣고 말했다. “법은 이성에 기초하는 것이고 나와 내 신하들도 판사들만큼 이성을 갖고 있소.” 코크 경이 다시 답했다. “신(神)이 국왕 폐하에게 뛰어난 학문과 탁월한 품성을 부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왕 폐하는 영국의 법과 신민들의 생명·상속·물건·재산에 관계되는 권리주장에 관해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 주장들은 자연적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이성과 오랜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는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은 신민들의 법적 주장에 답하는 황금의 마법 지팡이이며 수단입니다.” 제임스 1세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경의 말은 내가 법 아래에 있다는 말인가?” 코크 경은 답했다. “국왕은 사람들 아래에 있지는 않지만 신과 법 아래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6자의 짧은 문장으로 이뤄져 있지만 책 한 권으로도 다 적지 못할 긴 투쟁의 역사와 인류의 지혜를 담고 있다. 새해를 맞아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우리 판사와 법원의 지혜와 용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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