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하룻밤만 못 자더라도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이 있는 뇌 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헬스데이 뉴스와 메디컬 익스프레스 등은 최근 스웨덴 웁살라(Uppsala)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요나탄 세데르마에스 박사 연구팀이 건강하고 체중이 정상인 남성(평균 연령 22세)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런 결과가 도출됐다고 전했다.
연구 대상이 된 사람들은 평소 하루 7~9시간을 자는 사람들로 연구팀은 이들에게 엄격한 식사와 활동 스케줄에 따라 수면 클리닉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틀 동안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로 했다.
이후 또 다른 이틀 중 하루는 정상대로 수면을 취하고 그 다음 하루는 침대에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을 자지 않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매일 저녁과 다음 날 아침 혈액 샘플을 채취해 치매와 관련이 있는 5가지 생물표지(biomarker)를 측정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 밤을 꼬박 새운 다음 날은 치매의 두 가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단백질 타우(tau)가 17%나 늘어났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다음 날엔 타우 단백질은 2%만 올라갔다.
한편 치매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포함해 치매와 연관이 있는 다른 4가지 생물표지는 잠을 제대로 잔 날이나 밤을 새운 날이나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수면 부족으로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잤을 경우 타우 단백질이 급증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세포의 활동량이 늘어날수록 타우 단백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사람은 하루 15~18시간 활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야 하는데 활동 시간이 길어지면 신경세포가 하루 24시간이라는 주어진 시간에 청소할 수 없는 수준까지 타우 단백질이 증가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한편 타우와 베타 아밀로이드는 모두 뇌 신경세포에 있는 단백질로 타우는 세포 내부에, 베타 아밀로이드는 세포의 표면에 자리한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히면 베타 아밀로이드는 서로 뭉쳐 플라크(plaque)를 형성하고 타우는 서로 엉키면서(tangle) 신경세포를 파괴,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1월8일 자)에 게재됐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