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을 끌던 나를 거두지 못한/ 영혼하나// 반의반도 태우지 못한 지문같은/ 사랑하나”
짧지만 강렬하고 압축적인 시어로 ‘청춘’이라는 제목에 긴 여백을 드리우는 시인 박준영이 6번째 단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를 출간했다. 시보다 더 짧은 단시에 촌철살인의 미학을 담았다. TBC·KBS·SBS 등을 거친 방송인 출신의 시인은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고 한 ‘개구리 왕눈이’부터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는 ‘미래소년 코난’까지 38편의 만화영화 주제곡 가사를 썼다. 시인 고(故) 김규동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한국문인협회가 시상하는 제11회 한국문학백년상 수상 후 낸 첫 시집이다.
“새벽을 깨우는 소리// 샛별,// 이아침 한상”(‘은쟁반’)으로 시작해 ”내 가슴을 빠져 나갔습니다/겨울// 내 마음을 채워 주세요/ 봄 당신”(‘갈애’)로 관계와 계절을, “구멍이 빠알개/엄지가 뚫렸어// 쏘옥 삐져나온/생강 한 톨”(‘씨앗’)로 일상과 자연에 대한 함축적 비유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시인은 “슬픔 하나// 연민도 타버린// 그림자 하나”라고 ‘자화상’을 적으면서도 “시방(十方)/ 끝 간 데 없이 퍼지고// 삼세(三世)/ 망망대해에서 까무러치다” 같은 두 줄 짜리 시에도 날 선 비판의식을 숨겨 놓았다. 1만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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