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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왜 우리는 살찌는가]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고요?

■게리 타우브스 지음, 알마 펴냄

과학·건강 탐사 기자 타우브스

19C부터 진행된 비만연구 분석

문제는 칼로리가 아닌 '탄수화물'

인슐린 분비로 호르몬 불균형 가속

쉽게 허기 져 살찌는 악순환 불러

'저탄고지' 식단 유일한 해결책 꼽아





1862년 영국의 장의사 윌리엄 밴팅은 ‘비만에 관한 편지’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고기와 생선 위주의 식단으로 단기간에 몸무게를 22.5㎏이나 줄일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적은 최초의 다이어트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당시 전 세계 비만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일약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밴팅을 따라 식단을 조절한 많은 이들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후 영어 사전에는 ‘다이어트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밴팅의 이름이 등재되기도 했다. 밴팅은 ‘저탄고지(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위주로 섭취)’ 식단을 최초로 전파한 인물인 셈이다.

150여년 만에 다시 ‘저탄고지’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과학 및 건강 분야 탐사전문 기자인 게리 타우브스가 쓴 ‘왜 우리는 살찌는가’가 그 중심에 있다. 저자는 19세기부터 시작된 비만 연구들을 분석해 비만의 원인은 칼로리가 아니라 호르몬의 불균형에 있다고 결론짓는다.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는 탄수화물이 인체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이며, 인슐린은 지방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우리 몸에 축적되도록 작용한다는 것이다. 인슐인 수치는 주로 섭취한 탄수화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탄수화물을 조절해야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책은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움직여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니며 의식적으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표적으로 서구화된 사회에서 비만은 언제나 빈곤계층, 즉 칼로리가 부족하고 과도한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계층에서 만연했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적게 먹는 것과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체중조절에 장기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수많은 과학 연구 결과들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만은 칼로리를 과도하게 섭취했기 때문이라는 믿음과 이 믿음을 근거로 한 조언이 모두 잘못된 의학적 정설의 오류로 지목하고 있다.

책은 칼로리를 줄인다고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살찌는 음식, 즉 탄수화물을 줄여야 살이 빠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으면 그만큼 쉽게 소화되는 음식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단맛이 강할수록, 먹기 쉽고 소화되기 쉬울수록 살이 찌기 쉽다. 밀가루, 가공된 곡식, 감자처럼 전분이 풍부한 야채류, 그리고 설탕과 액상과당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살이 찌기 쉬운 대표적인 고탄수화물 식품으로 꼽고 있다. 이런 식품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살이 더 찌고 지방이 축적돼 허기를 일으키기 쉬우며 더 오래 앉아 있게 된다. 책은 이것이 왜 살이 찌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비만은 특히 유전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데, 혈당과 인슐인 반응에 의해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는 현상은 살찐 사람 또는 살찌기 쉬운 사람에게서 더욱 과장된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살이 찔수록 점점 더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갈망하게 된다. 인슐린이 점점 더 효과적으로 지방과 단백질을 지방조직과 근육에 저장하므로 이런 영양소들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언젠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단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관 속에 더 많은 인슐린이 돌아다닌다. 아무리 먹어도 금방 다시 식욕을 돋궈 살을 찌우게 한다는 얘기다.

책은 비만의 해결책으로 기존의 식단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대부분을 동물성 식품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침 식사로 먹는 달걀을 필두로 점심과 저녁 식단에는 육류와 생선, 가금류를 풍성하게 올리라고 조언한다.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을 타고난 사람이 탄수화물을 제한해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낮게 유지하면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날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150여년 전 밴팅이 소개한 ‘저탄고지’ 다이어트법이다. 저자는 “비만의 법칙은 무언가를 희생하지 않고 살이 빠지거나 빠진 몸무게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일단 원하는 몸무게까지 살이 빠져도 고탄수화물 식품을 먹기 시작하면 다시 살이 찐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를 살찌게 만드는 식품은 동시에 바로 그 식품을 갈망하게 만든다. 담배는 폐암을 일으키는 동시에 담배를 갈망하게 만든다. 살이 찌기 쉬운 음식일수록,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살이 찌기 쉬운 사람일수록 갈망도 커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없다. 다만, 이 갈망과 계속 싸워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거나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것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주의가 필요하다.” 1만6,5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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