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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갈등 씻고 화음 내는 오케스트라 돼야"

■진보·보수 통합 힘쓰는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극단주의 대립 심각한 '장애사회'

오늘날 교회, 소음 집단으로 변질

갈등 딛고 통합의 길 들어서려면

다양성 인정해 화모니 이끌어야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사회적 심포니, 혹은 사회적 오케스트라의 원형은 바로 교회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가 사회의 비판과 분노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아름다운 심포니가 아닌 시끄러운 소음집단으로 변질했기 때문입니다.”

개신교 원로인 박종화(75·사진)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에 대해 따끔한 일침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경동교회는 역대로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진보 성향 목사들이 사목한 곳이다. 지난 2015년 은퇴한 박 목사는 보수성향 단체로 분류되는 개신교 목회자 단체인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중앙위원을 맡는 동시에 진보·보수 통합을 기치로 내건 통일 관련 연구단체인 평화통일연대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진보·보수를 넘나드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박 목사는 온화한 말투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의 초갈등 현상은 건강한 몸을 지탱하는 두 팔과 다리의 경쟁이나 생산적 갈등이 아니라 극좌, 극우라는 극단주의가 대결하는 파괴적 갈등”이라며 우리 사회를 ‘장애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갈등의 극복과 통합임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일 한복협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복협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은 심각하게 분열돼 한반도 남쪽에 마치 두 나라가 존재하는 것처럼 대립하고 있다”며 “이것은 해방 직후 남북 분열에 이어 심각한 남남 분열로 많은 사람을 염려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던 한복협의 시국 선언문 발표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전례 없는 사회갈등과 심각한 분열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극단주의는 극좌이든 극우이든 사회를 경직시킨다”며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빈부 간의 극단적 격차와 노사 간의 처절한 갈등, 힘 있는 자와 힘이 없는 자가 갑을 관계로 극단화되어 가는 모습, 낡고 구시대적 이념 갈등이 바로 그렇다”고 지목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의 갈등현상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갈등이 상호가 포용할 수 있는 생산적 내지 상호 교정의 상태가 아니라 적대화·진영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이념 갈등이 온갖 사회갈등의 블랙홀처럼 역기능의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극심한 대립을 겪고 있는 정부나 정치권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최근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에 대해서는 “그의 폭주가 교단 전체에 먹칠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목사는 “전 목사의 행보는 한국사회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라며 “전 목사는 한기총을 대표하는 정치·사회적 공인이지만 이미 공인으로서의 한계점을 벗어난 그의 주장은 공공적인 성격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지만 갈등이 악종이 아니라 선종일 경우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유 민주사회에서 상보적 생산성으로 승화시켜 오히려 사회의 폭과 깊이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 갈등이 불치의 적대관계로 심화하지 않도록 갈등의 평화적 관리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 과정에서의 교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소음으로 뒤범벅이 된 오케스트라는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이고,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는 다양성 속에 하나로 통합된 사회이다. 교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화음을 낼 수 있도록 모범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내야한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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