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지난해 5월부터 농성을 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천막이 조만간 강제철거될 예정이다. 같은 곳에서 석 달 넘게 농성집회를 하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집회 시설물을 철거한 데 이어 전교조 등 진보 성향 단체도 조만간 청와대 앞을 떠나는 것이다.
13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청은 지난 10일 전교조에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계고장)’를 보내고 12일까지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에 설치한 천막을 자진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구청 측은 우선 계고장을 다시 보내보고 계속 불응하면 절차대로 강제철거에 나설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전교조 외에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범투본 등 청와대 앞에 천막을 설치한 단체들에 많게는 네 번의 계고장을 보냈다”면서 “필요시 행정대집행을 통한 강제철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농성장 옆에 천막을 설치해둔 전공노의 경우 구청으로부터 지난해 12월30일 철거를 요구받았지만 현재 이행하지 않고 있다.
도로법 등에 따라 집회 등의 목적으로 도로 위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철거 대상이다. 하지만 청와대 인근에 설치된 천막에는 정치 성향이 강한 단체들이 주로 모여 있어 지자체 등이 논란을 우려해 섣불리 철거에 나서지 못했다. 최근 들어 청와대 앞 범투본이 인근 주민 및 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을 계기로 지자체와 경찰이 통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교조는 자진철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법외노조 철회 등) 우리가 요구하는 변화는 현재도 유효하기 때문에 자진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또 한번 지자체가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서 충돌이 예상된다. 전교조와 전공노·범투본의 청와대 앞 천막은 지난해 6월 한 차례 강제철거된 적이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청와대가 사랑채 인근 등을 ‘경호구역’으로 설정해 구청과 경찰이 나서서 한 조치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시위자들과 경찰 등이 대치했고 전공노가 보관 중이던 휘발유가 바닥에 쏟아져 소동이 벌어졌다.
범투본의 천막도 아직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돼 있다. 범투본 집회 참가자들은 현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공원에 천막을 설치해두고 오전9시부터 오후10시 사이에만 청와대 앞으로 가 집회를 한다. 앞서 경찰이 범투본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집회금지 통고를 했지만 범투본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한 결과 이처럼 심야·새벽을 제외하고는 집회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천막과 집회 관련 시설물이 철거됐어도 아직 일부 천막은 전교조·전공노와 함께 인도를 차지하고 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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