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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바로 잡아가겠습니다"…일본의 창지개명

일제강점기에 읍·면·동 지명…‘합성지명’이 121곳

경기도가 도내 398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명칭 변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40%인 160곳이 당시 고유의 명칭을 잃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서 지난 2011년 발간한 ‘경기도 역사 지명사전(京畿道 歷史 地名事典)’에 수록된 읍·면·동의 지명 변천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전문여론조사 기관인 (주)케이스탯리서치가 진행했다.

도에 따르면 과거 지명이 현재까지 유지된 읍·면·동은 137곳(35%)이고, 해방 전이나 해방 후를 포함해 지명이 변경된 읍·면·동은 228곳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제강점기 일제가 변경한 읍·면·동 지명은 160곳으로 전체의 40%나 됐다. 또 일제강점기 이전이나 해방 이후 행정구역 통합·분리 조정으로 변경된 읍·면·동은 68곳(17%)이었고, 33곳(8%)은 신규 행정구역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경기도 전체 지명의 절반에 가까운 우리 고유의 읍·면·동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합성지명’이 121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합성지명’ 사례로 성남시 서현동이 해당한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일제는 둔서촌, 양현리, 통로동 등을 병합하면서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변경했다. 수원시 구운동, 성남시 분당동, 용인시 신갈동, 화성시 매송면 등도 두 곳 이상의 지명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일제가 식민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 위치 등을 사용해 변경한 사례도 29곳이나 됐다.

광주시 중부면과 연천군 중면이 이에 해당되는데, 광주시 중부면은 1914년 군내면과 세촌면을 통합하면서 방위에 따른 명칭인 중부면으로 개칭됐고, 연천군 중면은 연천읍치의 북쪽이었던 북면을 ‘연천군의 중앙에 위치한다’하여 중면으로 개칭됐다.

일제가 기존 지명을 삭제한 후 한자화 한 지명은 3곳이었다. 부천시 심곡동이 대표적이다. 일제는 1914년 조선시대 고유지명인 먹적골, 벌말, 진말을 병합하면서, 심곡동(深谷洞)으로 변경했다. 심곡은 원래 토박이말로 ‘깊은 구지’라는 뜻이다.



지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향토 정서가 왜곡된 사례도 있었다.

안성시 일죽면이 대표적이다. 일제는 1914년 죽산군을 폐지하며 남일면, 남이면, 북일면, 북이면, 제촌면을 안성군의 죽일면으로 만들었으나, 듣기에 따라서는 욕이었기 때문에 죽일면은 결국 이듬해 일죽면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문제없으나 일제 당시 일본식으로 개칭됐던 사례도 있다. 일본이 시가지 지명에 일본 도시에 붙이는 ‘정(町 마치)’을 붙였던 것인데, 수원시에 11곳이 있었다.

한 예로 조선시대 고등촌이었던 수원시 고등동은 1914년 고등리가 됐다가 1936년 일본식 명칭인 고등정(高等町)으로 개칭됐다. 수원시 매교동, 매산동, 영화동, 우만동, 인계동, 지동 등도 모두 일제강점기에 ‘정(町 마치)’을 붙였었다.

‘경기도 역사 지명사전’ 발간에 참여한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우리 조상들은 골짜기를 가장 이상적인 마을의 입지로 생각해서 마을 이름에 골짜기를 의미하는 ○○골, ○○곡(谷), ○○동(洞), ○○실 등을 많이 붙였으나, 이런 고유 지명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지명(地名) 행정에 우리의 역사지명이 연구되고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윤석 경기도 홍보기획관은 “반도체 수출규제 문제로 한일관계가 갈등국면에 놓인 이 시점에서 고유 지명이 사라졌던 역사적 치욕을 바라보며, 진정한 민족의 독립과 문화 창달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며 “앞으로 도는 시·군과 긴밀히 협력해 사라지거나 왜곡된 우리의 고유 지명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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