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유식까지 정기배달...걱정 놓은 직장맘-골프채 장기임대 후회...돈 아까운 박과장

[토요워치-구독경제의 두 얼굴]

■이래서 藥

소득 고려 초기 목돈 안들이며

다양한 제품·서비스 이용 매력

기업들은 소비자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비 절감·맞춤형 상품 개발

■이러니 毒

일시불 구매 때보다 저렴하다고

구독 항목 늘리면 고정비용 부담

한번 약정하면 길게는 4년까지

자칫 가계부에 '대못' 박힐수도





# 두 달 전 자녀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로 변신한 김혜인(34·가명)씨는 감소한 가계 수입만큼 씀씀이를 줄이려고 하지만 빼기 힘든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 고민이다. 각종 임대료·구독계약 등으로 정액 지출되는 금액이 연봉 4,000만원 남짓한 남편 외벌이 수입의 20%대에 육박했다. 매달 소형 자동차 장기렌트비 약 27만원,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침대 등 주요 가전·가구 렌트비 약 15만원, 각종 콘텐츠·통신서비스요금(IPTV 및 부부 통신요금, 넷플릭스·지니뮤직·전자책 구독료 등) 약 20만원, 유모차 등 육아용품 렌트비 약 6만원 등이 청구됐다. 계약기간 내에는 마음대로 해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렌털·구독계약, 서비스 가입 약정 등의 형태의 각종 요금이 누적되면서 가랑비로 옷 적시듯 각 가계 지출에서 정액제 요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슬금슬금 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대체로 짧으면 1년, 길면 4년짜리 약정 상품이다 보니 단기·중기적으로 가계부에 대못을 박는 천덕꾸러기 고정지출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작심하고 해약하거나 신규 구독을 중단하자니 나름대로 끊기 어려운 필수지출이거나 일반 구매 상품보다 저렴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쉽게 지출 구조조정도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실제로 김씨의 경우도 사정을 들어보면 각각의 선택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소형차 장기렌트의 경우 남편이 중고차로 구입해 타던 기존 차량이 워낙 낡아 바꿔야 할 상황이었다고 한다. 전액을 일시불로 결제할 여력이 되지 않아 처음에는 할부로 사려고 했지만 신용도가 우수한 편이 아니라 금리가 매우 높았고, 캐피털사 할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는 가계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나중에 집 임대나 매매와 관련해 대출을 받을 때 불리해지게 된다. 반면 장기렌트는 금융부채로 잡히지 않는데다 보험료·등록세·자동차세 등을 면제받기 때문에 할부구매보다 300만원 이상 비용절감(소형차 4년간 장기렌트 기준) 효과가 있어 선택하게 됐다. 통신서비스 요금 중 스마트폰 통신비는 현실적으로 1인당 월 4만~5만원대 요금제가 데이터사용량 등을 감안할 때 최선의 선택이었고 전자책 구독이나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는 직접 음반이나 책을 매번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게 사실이다. 가전·가구의 경우 결혼을 앞두고 목돈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전·가구를 묶어 싸게 빌려주는 ‘신혼부부 렌털패키지 상품’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나마 좀 과소비라면 유모차와 보행기 등 육아용품 구독료인데 자녀를 위한 선택이라 다소의 지출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나름대로 상품별로 일반 구매시보다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경제적 합리성을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체를 다 모아보니 가계지출의 대못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돼버렸다. 렌털·구독료가 초기 목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에 대한 비용저항감을 낮춰 대량소비를 유발하게 된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이에 대해 “마치 대형할인점에서 개별 상품이 일반 매장보다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에 필요 이상의 물품을 쇼핑카트 가득 사버리는 것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독서비스는 합리적으로 소비를 한다면 분명히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식임에는 틀림없다”며 “대신 이것이 자칫 과잉소비를 유발하지 않도록 소비자 스스로 경계하고, 서비스기업도 자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독·렌털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는 배경에 대해 관련 업계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첫째는 제품 및 서비스의 디자인과 기술이 단기간에 급속히 발전하면서 상품의 유행주기가 짧아졌다는 것이다. 상품의 내구재로서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음악스트리밍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레코드판이나 CD를 사 애장하는 게 유행이었지만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레코드판·CD를 재생해주는 플레이어 기기가 금세 단종돼버렸고, 스트리밍서비스의 음질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한정판 희귀음반 등이 아니면 기존의 오프라인매체(앨범·CD·카세트테이프 등)의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지출에 대한 눈높이와 소득 수준의 불일치다.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 수준은 빠르게 높아진 데 비해 소득수준 개선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가 및 고가의 상품들을 일시불로 구입하기 어렵게 되자 목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독·렌털 형식의 분납으로 지출 행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근접했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됐고, 이것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로 이어졌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진입하는 데 12년이나 걸렸다. 그마저도 실질적인 경제성장 효과라기보다는 환율변동에 따라 3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측면이 있다 보니 실질적인 국민 소비여력이 늘어난 것은 아니어서 소득과 지출 수준에 불균형이 생겼다.

여기에 더해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구독·렌털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이 활성화된 것이 세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에 각종 구독서비스 및 렌털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간편하게 상품을 비교하고 주문할 수 있게 됐고,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맞춤형 상품 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진단이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된 구독서비스는 기업들에 방대한 고객데이터를 제공하게 됐고 기업들은 이것을 토대로 구독 고객의 스마트한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로서도 본인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간편하게 고를 수 있게 돼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다. 이런 비즈니스모델이 고도화되면 결과적으로는 소유의 개념은 점차 희박해지고 공유·임대 형식으로 소비를 하는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