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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검찰개혁 완료?…정보·수사 분리 없인 ‘경찰공화국’ 조장

경찰의 수사종결권 확보로 검찰권한 분산 명분은 일단 달성

“커진 경찰 권한 통제 위해 ‘경찰 개혁’도 서둘러야” 우려 높아

현 정부 정보경찰 의존도 높은데 수사력까지 ‘공룡경찰’ 우려

권력개입 차단할 자치경찰제·국가수사본부 도입 서둘러야

특히 수사와 정보경찰 분리 서두르지 않으면 국민 폐해만 커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를 요청하는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 일환으로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7월부터 시행되면 검찰은 기존 권한이 줄어들고 반대로 경찰은 현저하게 권한이 세진다.

당장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나 수사종결권을 확보한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우선 수사권과 판검사 기소권을 갖게 된다. 검찰의 ‘권한 분산’이라는 법안 취지가 달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검찰개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통과로 경찰은 명실상부 정보와 수사 기능을 모두 거머쥔 거대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의 힘을 뺀다고 경찰의 비대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헌 논란까지 일 수 있는 법 조항은 둘째치고 권력기관의 새 축으로 부상한 경찰, 공수처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새로운 개혁의 대상을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사법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주목도가 높은 사건마다 두 기관이 경쟁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태로 번지면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기관 간 견제와 쏠린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검찰 권한뺏기’라는 명분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국민적 바람이 워낙 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관련 법안을 강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겨냥하는 검찰의 수사권을 제동 걸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왔고 실제 많은 국민들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검찰개혁 명분이 더 높았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됐고 이를 올바로 실천하기 위한 세부적인 시행령 수립과 관련 기관 간 협의 과정이 남았다. 다만 이 과정에 앞서 선행돼야 할 추진과제가 있다. 청와대와 여당도 이 같은 지적에는 공감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벌써부터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경고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가 있으므로 자치경찰이 필요하고,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과 함께 원샷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최고위원도 “경찰 개혁도 당연히 해야 된다. 향후 수사와 기소가 좀 더 완벽하게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며 “경찰이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들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도 확대된 경찰 권한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개혁이 필수라는 공감대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자치경찰제’ 도입이 이번 검찰개혁 법안과 병행해 추진돼야 했지만 빠졌다. 자치경찰제는 중앙 정부의 경찰권을 각 지방에 분산하고, 지자체가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을 담당하는 제도다. 검찰의 사법 통제는 물론 주민에 의한 통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 2018년 6월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역시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를 병행하기로 했다.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고 수사 업무에 대해서는 경찰청장 감독 아래 국가수사본부를 통해 지휘·감독하는 ‘경찰법’ 전부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안타깝게도 청와대와 여당은 오직 검찰권한의 힘빼기에도 집중해 이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형편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이 바라는 인권 수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가 온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 검찰과 경찰 어느 하나를 찍어누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내 경찰개혁까지 완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입구에 경찰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경찰개혁의 첫 단추로 정보·행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 수뇌부가 사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

공무원들의 동향을 비롯해 밑바닥 민심까지 두루 훑을 수 있는 정보경찰의 역할은 권력자에겐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실제로 이명박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보경찰의 선거·정치 개입으로 전직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재판대에 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정보기능과 수사기능을 분리하지 않는 한 정보경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과거 나치 국가비밀경찰(게슈타포)의 문제를 겪었던 독일은 1950년 경찰과 정보기관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보호법’을 신설, 국가의 정보기능을 BND(해외), BfV(국내)로 분리했다. 미국도 FBI와 CIA, 각 연방 수사청과 지역경찰에 정보기능을 분산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정보 경찰의 문제점이 대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파트가 폐지되면서 청와대가 정보경찰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 입장에선 인사검증, 주요 정책 발표 등을 앞두고 국내정보가 없다면 정책의 오판이 생길 수도 있어 결국 정보경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단적으로 최근 경찰의 고위직 인사에서 정보경찰이 대거 등용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최근 검찰의 인사 과정에서 정보경찰이 검찰 고위간부들의 세평을 수집이 불법 논란이 일면서 결국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권력기관 개혁한다더니 사법경찰 분리나 정보경찰 폐지 같은 경찰 개혁 내용은 쏙 빼고 검찰 힘빼기만 현실화됐다”면서 “검찰개혁을 팔아 경찰공화국을 만든 것이 총선을 앞둔 집권 연장 꿈 때문이라면 언제냐가 문제일 뿐 반드시 응징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에서 경찰 관계자가 게이트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정보경찰의 비대화를 쉬쉬하고 편애하는 경향이라는 우려다. 경찰발(發) 정보의 왜곡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검증할 만한 복수의 정보 라인을 청와대가 스스로 끊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찰 정보 이외에 국가정보원 국내 파트 정보, 검찰 범죄 및 동향 정보, 기무사 정보 등이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각 기관에서 올라온 정보들을 크로스체크하며 신뢰도를 검증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정보원 국내 파트를 사실상 없앴다. 검찰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범죄정보과를 운영하지 않는다. 기무사도 안보지원사로 이름을 바꾸며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 측은 경찰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권한을 축소하고 그 만큼 커진 경찰권력도 통제할 장치가 같이 마련돼야 진정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 경찰개혁이 늦었다”며 “비대화된 경찰권력 특히 정보경찰의 분리를 서둘러야 하고 미국의 FBI처럼 국정원의 국내파트와 정보경찰을 묶은 새로운 기관을 설립해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국정원 등을 견제하는 장치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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