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 대해 “이전처럼 처방하라”고 간호조무사에게 전화로 지시했다는 이유로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받고 불복소송을 한 의사가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의사 A씨가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은 면허의료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정신의학의원을 운영해온 A씨는 지난 2013년 2월 자신이 부재중일 때 간호조무사가 환자 3명에 대한 처방전을 발행하게 했다는 이유로 2개월10일간의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옛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전화로 환자와의 통화로 상태를 확인한 뒤 간호조무사에게 처방 내용을 단순입력할 것을 지시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1·2심은 “A씨가 간호조무사에게 의료인에게만 허용된 ‘처방’ 관련 필수적인 행위를 하게 한 것이 인정된다”며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환자들은 A씨에게 종전에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았던 환자이므로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닌 의사가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것은 옛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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