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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류성룡과 이순신, 그리고 마크롱

조선은 가짜 충신만 많아 망해

나라와 백성보다 왕에게만 충성

북핵.경제 등 총체적 위기인데

나라 걱정 정치인.관료 안 보여

오현환 논설위원




‘강호에 병이 깁퍼 죽림에 누엇더니, 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맛디시니, 어와 성은이야 가디록 망극하다. 연추문 드리다라 경회남문 바라보며 하직고 물러나니 옥절이 압패셧다.’ 송강 정철이 선조 13년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해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고 지은 가사 관동별곡(關東別曲)의 앞부분이다. 송강의 가사는 현존하는 당대의 흔치 않은 한글 고전문학이다. 특히 문학성이 뛰어나 고등학교 교과서는 물론 수학능력시험에도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 송강은 이외에도 사미인곡·속미인곡·성산별곡 등 많은 아름다운 글들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정여립이 모반을 일으키려 한다’는 상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사 책임자로 무려 1,000여명을 처형하고 수백명을 귀양보낸 칼잡이이기도 하다. 이른바 1589년 기축옥사다. 서인에 속했던 그가 동인세력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몰아낸 것이다.

송강의 얘기를 꺼낸 것은 그의 작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대상이 바로 임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조선의 왕은 송강의 글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에게 충성하는 신하를 수없이 거느렸다. 서애 류성룡을 20년가량 집중 연구해온 송복 서애학회장은 조선이 망한 것은 이처럼 나라가 아니라 왕에게, 결국 자신에게 충성하는 신하들만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왕이나 충신들이 나라와 백성에 대한 고민은 없이 자신의 영달과 자신의 진영에만 목을 매다 보니 나라가 껍데기만 남았다는 얘기다. 그나마 임진왜란 때 당대 세계 최강의 일본군을 맞아 껍데기만 남은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진영의 이익보다 나라와 백성을 우선한 이순신과 류성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자신과 진영보다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한 점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성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성적인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프랑스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는 집권 후 강성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인세율을 낮추고 해고와 고용을 쉽게 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해고 부담이 줄자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대폭 늘려 실업률이 10년래 최저로, 정규직 비율은 최고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입이 마를 정도로 그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이유다. 그는 당초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경제장관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규제완화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좌파 정부에서 우클릭을 주도한다는 극렬한 반대에 시달리다 결국 중도주의를 표방하며 사회당을 떠났다. 국민들도 그의 진심을 받아들여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마크롱의 성공은 백성에게 필요하면 반대편 정책도 끌어쓴다는 진정성에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으로 좌파독재 장기집권을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직선거법 개정이 그 무기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평화를 내세우지만 북한 주민이 아니라 사상 최악의 전체주의 권력과의 평화에만 몰입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오히려 방해물로 여기고 있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데도 재정은 펑펑 써대 국가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로 내몰리고 있기도 하다. 2000년 이후 국가부채의 증가속도는 아르헨티나(29.2%), 중국(17.9%)에 이어 세 번째(14.4%)이고, 고령화를 감안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잠재부채율은 159%로 세계 2위다. 분배정책에 올인했지만 비정규직은 오히려 사상 최대로 늘었고 분배는 더 악화돼 재정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보유했고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원전건설에 나서는데도 지원은 못할망정 탈원전으로 재를 뿌리고 있다. 특히 정권을 향한 수사가 좁혀오자 인사권을 내세워 수사간부들을 거의 모조리 갈아치웠다. 그것도 대선 때마다 독립을 약속한 검찰 인사권을 내세웠다. 문제는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고 있는데도 여권 내에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시대의 류성룡, 이순신, 한국의 마크롱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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