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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카를로스 곤과 일본 사법시스템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일본에서 재판을 앞두었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레바논으로 탈출한 영화 같은 일이 발생하였다. 20년간 닛산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고 르노의 회장도 겸직하고 있던 곤 회장의 몰락은 닛산과 르노의 합병 이슈에서 비롯되었다. 르노의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합병으로 세계최대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면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자하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곤 회장은 처음에는 합병에 반대하였지만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 후 합병을 논의해 보겠다면서 입장을 바꾸었다. 그 후 2018년 11월 곤은 동경지검 특수부에 체포되었다. 몇 주 후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었지만 다시 체포되었다. 곤 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된 후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자 동경지검은 또 다시 그를 체포하였다. 일본을 탈출하기 전 곤은 무려 4차례 체포와 석방을 반복하였다.

곤이 레바논으로 탈출한 후 일본 검찰과 사법제도의 후진성이 세계적인 쟁점이 되었다. 곤은 일본 검찰과 사법시스템의 후진성을 주장하면서 일본보다는 레바논의 사법시스템이 더 공정하다는 말까지 하였다. 선진국을 자부하는 일본에는 큰 충격을 주었지만 세계 언론이 공감하였다. 곤은 변호인 입회 없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자백 강요와 가족을 체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쪼개기 수사와 기소로 체포와 석방이 반복되는 것도 서구의 시각에서는 너무나 이상한 일로 비쳤다. 일본의 사법시스템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 일본 법무장관의 말실수도 있었다. 일본의 법무장관은 만일 곤 회장이 죄가 없다면 일본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가, 일본 법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없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일본 올림푸스의 사장으로 취임 후 17조원에 이르는 회사의 분식회계를 밝혔다가 취임 2주 만에 해임되었던 마이클 우드워드가 일본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중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하여 일본의 사법시스템의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곤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일본 총리에게 피고인의 권리보호 관점에서 수차례 개선을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도 일본은 자신의 사법시스템을 돌아보기보다는 자존심을 선택하였다. 사법시스템에서 인권보장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다. 일본 법무부 장관은 일본 사법시스템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본의 사법시스템은 공정하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한편 곤 회장의 해외도주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석 중인 피고인에게 GPS 경보기를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웃나라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우리도 글로벌스탠더드의 관점에서 우리 사법시스템 중 인권보장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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