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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4년전의 데자뷔...‘한순간 훅간다’

4·15 총선 전 與 자충수 끝이없어

'새누리 역전패' 재연 가능성 있지만

황 대표 행보 등 野 대응은 안이해

4년전과 다른 '자메뷔' 나타날수도





4·13총선이 임박했던 지난 2016년 2월29일 새누리당 국회 대표최고위원 회의실을 장식한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배경판(백보드) 글귀는 신선했다. 소셜미디어 공모에서 이런 ‘쓴소리’가 1위로 채택된 것이나, 그걸 스스럼없이 내건 새누리당이나 모두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한 주 뒤 백보드는 재공모로 선택된 ‘잘하자 진짜’로 바뀌었고 이후 여당은 극심한 공천 내분에 휩싸이며 다 이긴 듯 보였던 선거를 졌다.

4·15총선이 임박한 요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데자뷔(기시감)가 든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대패할 수 있다는 당내의 자성론이나, 내부비판이 자유롭게 개진되는 건강함까지 4년 전 여당과 닮았다. 하지만 여당의 자충수가 끝이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역구 행사에서 “동네 물이 나빠졌다”는 말로 공분을 일으키기 무섭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또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아버지 지역구인 의정부갑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벌어진 ‘공천 세습’ 논란을 길게 끌더니 부동산 투기 논란과 청와대 하명수사 연루 의혹에 휩싸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공직후보 적격 여부 결정을 미루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투’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원종건씨 영입 논란은 시스템 고장을 두루 보여준 사례다. 돌이켜보면 영입 전에 간단한 평판조사만으로도 원씨를 둘러싼 문제들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술함과 안이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원씨가 사퇴하고 하루가 지나서야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젠더 폭력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것 또한 눈치 보기에 때늦은 처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 정도면 여당 역전패의 재연을 예견할 만도 한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지금 야당이 4년 전과 판이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서 자메뷔(미시감)가 든다. 여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비판하면서 장애인 비하 표현을 거침없이 쓰는가 하면 원씨 문제로 민주당을 ‘미투민주당’이라 맹폭했던 한국당도 알고 보니 원씨를 영입하려고 그토록 공을 들였다는 것 아닌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오죽하면 ‘여당이 야당 복 하나는 타고났다’는 얘기가 나올까. 야권 대표주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는 더욱 갈피 잡기가 어렵다. 이달 초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4·15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해 ‘종로 출마’를 강하게 암시해놓고도 한 달이 다 가도록 아무런 말이 없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용산 등을 험지인 양 포장해 흘리는데 이는 황 대표 자신은 물론 유권자에게도 정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론 종로 출마 불가론으로 꼽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수세라는 점 △총선 전반의 지휘에 불리하다는 점 △종로가 이슈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황 대표에게 합당한 험지는 오직 종로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 이상 우물쭈물하다가는 야권 통합도, 여당 심판론도 모두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등 떠밀려 나가는 것보다는 황 대표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취하는 편이 더 좋겠다.



이제 달력을 세 장 넘기면 총선이다. 30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1월 마지막주 지지율은 민주당 38.4%, 한국당 29.8%다. 4년 전 1월 마지막주에는 새누리당 39.2%, 민주당 25.0%였다. 여당이 지지율에 취해 오만하게 군다면 역전패의 ‘데자뷔’가, 야당이 지금처럼 계속 안이하게 행동한다면 그때와 다른 ‘자메뷔’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4·15총선을 75일 남겨둔 오늘 감히 짐작해본다.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망각하는 정당이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성진 정치부장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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