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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몰이'에 엘리트 법관 줄사표…김명수 대법원장, 레임덕 빠지나

■ 법원 고위법관 정기인사 단행

올들어 벌써 31명 법복 벗어

사법개혁 지지 판사도 잇단 사직

金 일방소통에 내부불신 커진듯

"양승태 시절보다 더하다" 불만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2월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엘리트 판사’로 꼽히는 주요 판사들이 연달아 법복을 벗으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소통에 ‘친 김명수’ 성향의 진보적인 판사까지 대거 사표를 던지는 등 법원 내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법관의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김광태(사법연수원 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전고등법원장에, 황병하(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광주고등법원장에 임명했다. 이어 이승영(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특허법원장에 선임하고 배기열(17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서울행정법원장에 임명했다.

일선 법관들이 법원장을 추천하는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윤태식(24기) 서울동부지방법원장과 최병준(18기) 대전지방법원장이 각각 임명됐다. 법원장 추천제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시범 도입한 제도 중 하나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법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다”며 “앞서 2012년 도입된 법원장 순환보직제에 따라 현직 법원장 5명이 고등법원 재판부로 복귀하는 등 법관 인사의 공정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을 지지해온 고위법관까지 잇따라 사표를 던지면서 법원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장 조해현(14기) 대전고등법원장이 사직한 데 이어 김기정(16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한승(17기) 전주지방법원장도 법복을 벗는다. 뒤따라 이정석(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정운(24기)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정재헌(2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한일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28기), 이은상(32기) 서울고법 판사도 사표를 던졌다.

김 법원장은 대법원 재판연구원을 지낸 법원 내 엘리트 판사로 꼽힌다. 한 법원장과 이 부장판사도 매번 대법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법원 내에서 신망을 받아왔다. 김 법원장은 기업의 분식회계를 부실 감사한 회계사들을 상대로 첫 실형을 판결해 주목받았다. 한승 법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일제고사 거부로 해임된 교사의 해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퇴직 판사 규모로 봤을 때 예년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사직한 최기상(25기)·이수진(31기)·장동혁 (33기) 판사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 법원을 떠나겠다고 사표를 낸 판사는 31명에 달한다. 법원 안팎에서는 오는 2월 6일로 예정된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에서 사직을 표명하는 판사가 30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서만 60여명의 판사가 법복을 벗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엘리트 판사가 줄사표를 내는 배경을 놓고 김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사법개혁에 대한 반발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개혁을 기치로 야심차게 출범한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김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염증을 느낀 일선 판사들의 불만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김 대법원장이 사법적폐 청산을 이유로 독단적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법원 내부에서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사법개혁을 명분으로 출범한 김 대법원장이 임기 절반도 못 채운 채 레임덕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9월 임기 반환점을 돌지만 벌써부터 엘리트 판사가 줄사표를 내면서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실종된 것 아니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야심차게 추진한 법원장 추천제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도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보다 법원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지지하는 편에 섰던 일선 엘리트 판사까지 대거 사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법원 내부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반이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벗겠다고 선언한 김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불신을 느끼는 판사가 늘면서 사법부의 중추인 중견 판사의 줄사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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