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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한 교민 김포~격리시설 이동 '군사작전' 방불...발열증상 18명 병원 이송

[신종 코로나-귀국 교민 아산·진천 격리]

김포공항 새벽 4시30분부터 삼엄한 경비·주변 통제

오전 8시 김포 착륙해 5시간 만에 아산·진천 도착

중국과 한국서 촘촘한 검역 절차에 상당 시간 소요

경찰 에스코트 받으며 버스 36대 나눠 타고 이동

반발하던 주민들 “수용 안 막겠다” 천막 자진철거

정부 당국에 구체적 주민 안전보장 방안 요구키로

별다른 충돌 없이 입소…14일간 격리 수용 예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출발한 교민들이 31일 김포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김포공항에 도착해 추가 검역을 받고 있다./이호재기자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태운 경찰버스가 31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탑승한 차량이 31일 김포공항에서 격리수용시설로 이동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탑승한 차량이 31일 김포공항에서 격리수용시설로 이동하고 있다./이호재기자


31일 중국 우한 교민들이 격리수용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이 수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자진철거하고 있다./진천=이호재기자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격리수용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들이 환영의 뜻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아산=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을 태운 경찰버스가 31일 격리수용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아산=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수용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31일 오전7시58분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교민들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착륙하자 공항 일대는 일순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투입된 2개 중대 140여명의 경찰 병력은 탑승객의 이동로 곳곳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채 경비 수위를 최고 단계로 끌어올렸고 활주로 한편에는 혹시 모를 환자 이송을 위해 119구급차 18대가 대기했다. 전세기 착륙에 맞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검역 관계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격리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하고 있다. /진천=오승현기자




탑승용 계단차량인 스텝카가 전세기 옆으로 이동해 도킹한 뒤 출입문이 열리자 험난한 여정 끝에 한국 땅을 밟게 된 교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을 내려오는 탑승객들 가운데는 아빠의 손을 잡거나 승무원의 품에 안긴 어린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교민들은 추가 검역을 위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텐트로 곧장 발길을 옮겼다. 이들은 중국에서 출발하기 직전에도 중국 당국의 1·2차 체온 측정과 한국 의료진의 3차 측정 등 세 차례의 검역을 거쳤지만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이상 여부를 점검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세기 탑승 교민 368명 가운데 18명이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을 보여 국립중앙의료원(14명)과 중앙대병원(4명)으로 각각 이송됐다. 이 중 12명은 기내에서, 나머지 6명은 국내에 도착한 뒤 진행된 검역에서 의심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검역 기준이 달라 기내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된 교민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긴장한 상태인 것도 체온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한 출발 전에 중국 측의 2차 체온 측정에서 고열이 감지된 교민 1명은 탑승하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교민들의 입국 수속은 평소 전용기 탑승객이 이용하는 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이뤄졌다. 불안에 떠는 교민들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추가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일반 공항 이용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한 조치다. 이곳은 전세기가 도착하기 훨씬 전인 새벽4시30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장장 3시간 만에 검역과 수속을 무사히 마친 350명의 교민은 오전10시55분부터 정부가 준비한 버스 36대에 나눠 타고 격리수용시설이 위치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떠났다. 차량 창문으로 비친 교민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긴장감에 굳은 표정은 가려지지 않았다. 일부 교민은 고된 피로와 긴장에 지친 듯 눈을 감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누웠다. 이들을 태운 버스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삼엄한 경찰의 에스코트와 교통통제를 받으며 도로를 내달렸다. 경찰은 순찰차 36대와 오토바이 12대, 교통경찰 84명을 동원해 이송작전을 지원했다.

김포를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인 낮12시50분께 무증상 교민 350명 중 200명을 태운 버스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줄지어 도착했다. 30분 뒤인 낮1시20분께 나머지 150명의 교민들이 탑승한 버스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송차량 가운데 20인승 버스 한 대가 경기 안성 금광2터널 부근에서 고장이 나 교민들이 함께 달리던 예비차량 1대로 옮겨타느라 개발원 도착이 1시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경찰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두 곳의 인재개발원 주변에 각각 병력 1,100여명을 배치하고 진입로 양쪽에는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워 외부인의 진입을 통제했다. 이송차량은 경찰이 확보해놓은 통로를 통해 곧바로 인재개발원 안으로 들어갔다.

진입 과정에서 우려와 달리 수용을 반대하던 주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날까지도 교민 수용을 거세게 반대하던 아산과 진천 주민들은 이날 오전 각각 회의를 열고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한 덕분이었다. 진천군 주민 박모씨는 “우한 교민들도 같은 국민인데 당연히 국가가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면서 “다만 수용시설 인근 주민들의 심정도 헤아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산 초사2동 주민 김모씨도 “이미 정부의 결정이 난 만큼 교민들이 잘 지내다 무사히 돌아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전세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현수막과 농성 천막을 자진철거했다. 진입로 인근에는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버스 도착 직전 아산에서는 한 주민이 소독을 하겠다며 트랙터를 몰고 인재개발원 진입을 시도하는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금세 마무리됐다. 앞으로 교민들은 두 곳의 시설에서 2주간 격리수용된 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예정이다.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김현상기자 아산·진천=한동훈·손구민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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