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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T·A·S·T·E 진해진 먹방

[Tech : 기술의 맛] TV서 모바일로…먹방플랫폼 진화

[Alone : 혼밥의 맛] 1인가구 늘어 사먹는 콘텐츠 인기

[Society : 사회변화의 맛] 정보채널 다양…가식 방송 안통해

[Trend : 유행의 맛] 밀레니얼 "먹방은 유희문화"로 바꿔

[Economy : 경제의 맛] 경기침체에…가성비 맛집 대세로





최근 ‘먹방’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전에 요리 콘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요리 전문가가 레시피를 소개하고 이를 직접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은 지난 1990년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먹방’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음식 콘텐츠는 레시피에서 맛집 소개로, 더 나아가 그냥 맛있게 먹는 방법이나 밥 먹으면서 하는 잡담 등으로 진화했다. 그 배경에는 1인 가구 증가, 1990년대생의 유희문화, 경기침체에 대한 반작용에다 스마트폰 중심의 플랫폼 변화까지 얽힌 ‘퍼펙트스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식 콘텐츠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EBS의 장수 프로그램인 ‘최고의 요리비결’은 2002년 3월1일 시작됐고 이처럼 전문가가 나와 레시피를 알려주는 형식의 요리 콘텐츠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요리를 직접 해먹는 콘텐츠에서 그냥 ‘먹는 데’ 집중하는 내용적 변화는 2010년부터 시작된다. ‘식신(食神)’ 이미지의 정준하가 맛집을 소개하는 ‘식신로드’(K스타)나 젊은 여성 취향의 음식점을 훑는 ‘테이스티로드(올리브)’가 이때부터 방영됐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가 맛집에 가서 직접 음식 맛을 보는 ‘사유리의 식탐여행’은 MBC 생활정보 프로그램 ‘생방송 원더풀 금요일’의 코너에서 2013년 시작됐지만 아직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요리를 ‘해먹는’ 콘텐츠에서 ‘사 먹는’ 내용으로의 전환은 1인 가구 수요에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2005년 20%를 넘긴 후 2010년 23.9%, 2015년 27.2%로 늘었고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18년 기준 29.3%로 집계돼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회생활 후 집에서 요리하기가 빠듯한 1인 가구에 최고의 요리비결처럼 주부에게 어울릴 법한 콘텐츠보다는 간단하게 사 먹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맛집이 어디냐는 정보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방송인 사유리가 ‘사유리의 식탐여행’에서 순두부를 먹고 “맛이 없다”고 표현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실제로 2010년 이후 맛집 소개 프로그램은 ‘솔직함’에 방점을 찍었다. ‘식신로드’는 사전에 맛집을 섭외하지 않고 ‘들이닥쳐’ 촬영 허락을 받아내는 형식을 취했다. 사유리는 ‘식탐여행’에서 “맛이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다. 간이 돼 있지 않은 순두부를 먹고 “맛이 없다”고 했다가 비지장·간장을 넣고 “훨씬 맛있어졌다”고 말하는 등 ‘투명한’ 맛집 전달에 집중한 것이다.

1인 가구가 ‘먹을 것’에 열광하는 이유를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심리적 안정감’에서 찾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먹방 시청자들은 먹방이 동료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 외로움을 달래는 대리만족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며 “많은 한국인이 혼자 살지만 여전히 ‘혼자 먹는 것’은 터부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먹방 열풍’이 경기침체로 생긴 현상이라고도 짚었다. 많은 한국인이 고급스럽게 먹을 시간도 수단도 없으니 ‘눈으로만 즐기는 성찬’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먹방’ 열풍이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임홍택 작가는 ‘90년대생이 온다’에서 “맛집 투어와 먹방을 즐기는 새로운 세대의 기본적인 욕구는 자아실현 욕구와 맞닿아 있다”며 “기존 세대는 카메라 앞에서 누가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고 대리만족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90년대생은 이렇게 ‘먹는 행위’를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선 일종의 유희로 본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문세윤 씨가 코미디TV ‘맛있는녀석들’에서 ‘한입만’을 시도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먹방’의 유희적 특성은 스마트폰 중심의 플랫폼 변화와 얽히며 급속도로 소비됐다. 이 현상이 잘 나타난 예로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한입만’ 코너가 있다. 개그맨 김현준·문세윤·유민상·김민경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한 명은 맛집에서 음식을 자유롭게 먹지 못하고 딱 한입만 할 수 있다. 연기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푸짐한 한입을 먹는데 선지해장국의 경우 숟가락 위에 선지를 얹어 머릿돌로 삼은 후 밥·콩나물·깍두기 등을 차례차례 올리는 식이다. ‘맛있는 녀석들’ 제작진이 유튜브에 게시한 한입만 장면은 조회 수 393만회를 넘기며 소위 ‘대박’을 쳤다.

한식대첩3 ‘서울팀’ 이우철(왼쪽), 임성근 명장 /사진제공=올리브


먹방도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양질의 식사’에 집중한다. ‘전국 8도의 한식 명장들이 겨루는 일품대전’인 ‘한식대첩(올리브)’은 2013년 시작돼 시즌4까지 방영됐다. 전라남도의 한식명인부터 조리기능장까지 출연해 동아·박고지 등 생소한 재료로 한 상 가득 차려낸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도 일류 셰프들이 연예인의 냉장고에서 나온 재료로 15분 만에 파인다이닝에 나올 법한 메뉴를 뚝딱 만들어낸다. 두 프로그램 모두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토막영상은 물론 레시피까지 올려놓는다. ‘양질의 식사도 어렵지 않으니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는 셈이다.

로버트 구 뉴욕 빙햄턴대 아시아학과 교수는 “먹방은 경제·정치·사회적 변화가 맞물린 ‘퍼펙트스톰’”이라며 “‘혼자 밥을 먹게 되는’ 가계 구조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이 맞물려 많은 사람이 디지털 도구로 동료를 찾게 된 것이 ‘먹방’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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