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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조원태 한진 회장…이명희·조현민 손 못 잡으면 경영권 상실

연합군 지분 32.6%…조원태 회장, 우호지분 모두 확보해야 비슷

국민연금·델타·카카오 우호세력 아니다

한진칼 등기이사 교체 요구할 듯

조현아, 호텔 사업부 분리해 가져갈 수도





한진(002320)가(家)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신 KCGI·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며 남매의 난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권 포기라는 오너일가로서는 하기 힘든 파격적인 카드를 내놓으며 연합군을 형성했고 반도건설은 백기사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KCGI와 연대해 경영권 분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려해야 하는 KCGI 입장에서도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과 손을 잡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예정된 한진칼(180640)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생을 버리고 적을 선택한 조 전 부사장의 결정에 한진가와 한진그룹 내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1일 한진칼이 발표한 KCGI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의 지분 공동 보유계약은 상당기간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차례 만나 각자가 보유한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기로 합의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증과 감독원 변경 신청 등을 거쳐 주총에서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것은 지난해 12월 한진그룹 인사에서 배제되면서부터다. 동생 조 전무의 복직 이후 조 전 부사장은 복직이 무산되자 “조 회장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무시한 채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며 정면 대결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연합군은 3월 주총에서 한진칼의 등기이사 교체를 요구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공동 주주제안을 통해 조 회장을 직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KCGI가 꾸준히 제기해온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통한 한진그룹의 개선 방향에 대해 모두가 공감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한다. 사외이사도 3인 이상이며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당초 한진칼 사내이사는 3인 체제로 유지됐으나 조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 등 2명으로 이어져 왔다. 사외이사는 4명으로, 조 회장과 사외이사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주총에서 표 대결에 들어간다면 현재로서는 조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52%.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49%에 KCGI와 반도건설 지분까지 합쳐 ‘연합군’은 32.0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절대 열세다. 그렇다고 조 회장이 끌어들일 수 있는 우호세력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연합군을 제외하고 델타항공(10%), 카카오(1%) 등이 있지만 이들을 100% 조 회장의 우호세력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델타항공이 무조건 조 회장과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조 회장 편을 든다면 델타항공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거치며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조 회장은 국민연금이라는 또 다른 적을 앞에 두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 전 회장의 이사직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총에서 ‘이사의 자격’에 대한 주주제안을 했으나 부결되기도 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부정입학 등으로 학사 학위가 취소돼 ‘고졸’ 학력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한진그룹 회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결국 손을 내밀 수 있는 우호세력은 남은 가족뿐이다. 어머니 이 고문과 동생 조 전무와 손을 잡지 못한다면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표 대결조차도 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외부세력에 대항해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가족들이 손을 잡는다 해도 지분율은 18.3%에 불과한 만큼 델타항공과 카카오, 그리고 기관투자가·개인투자자 등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KCGI·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것은 ‘호텔사업 확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한 시도라는 데 힘이 실린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는 등 호텔사업부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한진가 3남매 중 가장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2014년 ‘땅콩 회항’ 사건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채용 등의 논란이 불거지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호텔사업 복귀를 요구했으나 그가 호텔사업부 매각 등을 거론하자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KCGI의 반대로 고 조 전 회장이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조 전 부사장이 함께 손을 잡은 것은 실리를 택한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호텔사업부와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사업을 분리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강도원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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