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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이경의 지속적 열정

‘히트맨’ 속 국정원에 남아있는 마지막 암살요원 ‘철’ 역

“뜨거운 열정도 중요하지만, 지속적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늘 염두해 두고 있죠.”

개봉 11일 차 200만 관객을 불러모은 ‘히트맨’ 에서 국정원 막내 요원 철 역을 맡은 이이경은 선배 권상우와 정준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준호 선배님, 권상우 선배님과 제가 한 포스터에 같이 있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 이이경은 ‘히트맨’ 촬영 당시 정준호와 권상우의 무릎에 안겨 아주 특별한(?) 인사를 했다는 일화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준호 선배가 (제일 연장자인)내가 왔다고 굳이 과하게 인사할 필요 없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속으로 ‘과하게 인사해야겠다’ 싶어서 준호 선배의 무릎에 앉았다”고 말했다. 이를 “러블리한 준호 선배가 귀엽게 봐준 덕분에 많은 선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무릎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한 것.





한껏 인터뷰 분위기를 유쾌하게 띄운 이이경은 “현장에 가면 일 하러 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히트맨’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감독이 원하는 느낌이 나오면, ‘이경씨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해보세요. ’라는 말로 배우에게 힘을 실어줬다. 후배가 준비해간 간 새로운 것에 대해서, 선배들은 열린 마음으로 다 받아줬다. 오히려 더 ‘재미있다’고 맞춰보자고 말 할 정도.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히트맨’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2012년 영화 ‘백야’로 데뷔 이후, KBS 2TV ‘고백부부’를 시작으로 코믹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차세대 코미디 스타로 떠올랐다. 예능 ‘진짜 사나이2’ ‘서울메이트’ ‘플레이어’ 등에도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

최원섭 감독은 JTBC 드라마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 이이경을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제작진을 설득해 섭외 캐스팅 명단에도 없던 이이경에게 러브콜을 보낸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우연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보게 된 최감독이 이이경이 출연한 영화 ‘아기와 나’까지 찾아서 본 뒤 연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대본 속 ‘철’의 캐릭터에 빈 공간이 많아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이이경은 “영화 ‘공조’의 막내 형사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고민을 안고 감독의 사무실을 서너 번 더 찾아갔다. ‘준’ 덕후 막내 암살요원 ‘철’은 이이경과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그는 “철이 마지막 하극상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 같았다”며 “개성이 없어서 입체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하극상 전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잘 쌓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이경의 의견을 받아들인 제작진은 깔끔한 문어체 대사에 캐릭터의 옷을 입혔다. 그렇게 살아있는 대사들과 캐릭터 컬러에 힘이 생겼다. 이렇듯 1급 기밀작전을 수행하는 에이스 요원 방패연 삼인방의 폭발적인 코믹 액션 시너지는 허투루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히트맨’은 2탄 제작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이경은 “‘히트맨’은 액션과 코미디, 가족애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 며 “영화를 보시고 나서 깊은 여운은 아니지만, 관객들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웃음을 찾아드릴 것은 확신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2탄이 제작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다시 만나서 재밌는 판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모두다 같을 거라 본다“ 고 말했다.

연기할 때 늘 적역 캐스팅이란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 이이경. 그는 ‘내가 연기하는 배역에 대해 ‘다른 누가 하면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더욱이 ”코미디의 경우 비슷한 분위기의 역할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다르게 보이기 위해 신경을 쓴다“고 했다.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를 끝내고 ‘으라차차 와이키키2’로 다시 한번 코믹 연기를 선택한 뒤 주변에서 우려가 쏟아진 것도 사실. 배우로서 코믹한 이미지가 굳혀지는 데 대한 걱정이 앞서기 보단 ‘뭐라도 하고 싶다’는 데뷔 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걸 먼저 봐요. 방송이 잘 될 것 같아서 들어가지는 않아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경계로 ‘이건 안된다’가 아닌 그냥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었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출연할 의지가 있어요. 지금도 회사에 ‘주인공만 할 생각 없다. 아주 작은 작품이라도 출연 제안이 들어오는 건 모두 내게 말해 달라”고 말해뒀어요. “







데뷔 9년차. 출연한 작품이 30개가 넘는 다작 배우로 ‘워커홀릭’으로 불린다. ‘잠은 무덤에 가서 실컷 잘 것이니,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외치는 배우. 인물의 감정을 생각하고 대사를 외우면서 더 활기가 생긴단다. 그의 에너지 활력은 고스란히 그의 연기에 투영됐다. 이이경은“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다행이다 싶은 건 연기적으로 지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삼고 있다. ”고 전했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18살 때부터 독립한 배우 이이경. 겨울만 되면 보일러가 터지는 옥탑방에서 살았지만 ‘이것도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 최강 긍정 청년이기도 하다. 15년동안 어머니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않았다. 2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아들의 집 주소를 어머니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가족여행에선 어머니가 대견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았단다.어머니가 ’15년 동안 김치 한 쪽 갖다 달라는 말 한 번 안 하냐’고 말 한 것. 그런 어머니에게 이번 가족 시사 땐 꼭 꽃다발을 안기고 싶다는 말로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배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직업’이고 ‘대중들을 실망시키는 건 한 순간’ 이라는 말을 그는 실감하고 있었다. 이이경은 서울 망원동의 ‘크리에이터 클럽’ 모임에 나간 일화를 들려줬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삶을 연기해야 하는데, 점점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자신을 보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

당시 이이경은 소방관, 간호사, 아나운서, 떡볶이 가게 사장, 취업준비생 등과 2주에 한 번 만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모임 땐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털어놓는 시간을 갖는 모임이었다. 이야기를 나눠 가진 뒤 ‘오늘의 영감(靈感)님’을 뽑는단다.

“마지막 모임 때 각자 자기 얘기를 하는데, ‘환자가 괴롭힌다’ ‘선임이 괴롭힌다’ ‘막상 혼자 있으면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 등등 모두들 너무 부정적인 말들을 했어요. 다들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이 모임에 온 게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다들 너무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바늘구멍만 한 행복이라도 찾아서 넓혀가면 좋겠다’ 고 말 한 뒤, ‘솔직히 다들 실망이에요!’라고 한마디 했어요. 다들 이 한마디에 웃으셨어요. 그날 전 ‘오늘의 영감님’이 됐죠.”

‘바늘 구멍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청년’ 이이경은 유쾌한 ‘영감쟁이’ 였다. 그의 지속적인 열정의 비밀을 엿본 느낌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단한 배우에게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다기 보단 16년지기 친구 이규태에게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연기자이기도 했다. 친구와의 대화를 그대로 눈 앞 TV속 한 장면으로 불러오는 능력도 탁월했다.

그의 인터뷰 화법은 많은 배우들에게 도움이 될 듯 했다. 거창한 말을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인터뷰 노이로제에 걸린 배우들, 짤막한 대답만 연달아 하면서 분위기를 얼음장으로 만드는 신인배우라면 그를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한다. 이에 이이경은 “신인들 인터뷰 할 때 저를 불러주세요. 적극적으로 달려가겠습니다”라고 화답하며 1시간 인터뷰를 알찬 시간으로 채웠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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