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과 18번 확진 환자가 나흘간 입원한 광주 광산구 광주21세기병원 앞.
5일 병원 정문과 후문은 A4 용지에 ‘병원의 사정으로 임시 휴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굵은 밧줄로 묶인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전날부터 임시 폐쇄에 들어간 병원 앞은 일부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앞에서 만난 제약업체의 한 50대 직원은 손수레에 싣고 온 약품을 약국에 배달하기 위해 왔다며 불안한 듯 되레 기자에게 약국도 문을 닫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아동병원과 인근 상가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동병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문을 임시 폐쇄하고 내방 환자는 주차장 뒤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조치했다. 한 손에 체온계를 들고 있던 간호사는 “평소보다 내방 환자가 현저하게 줄었다”며 “당분간 정상적인 진료를 하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날부터 16번 확진 환자의 동선 등 개인정보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무차별 유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광주지역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제 오후 16번 확진 환자 소식이 알려지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어제 오후4∼8시께 손님이 그 전날 같은 시각에 비해 3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근처에서 만난 정모(49)씨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도 있지만 저녁 시간에 유명한 식당을 가봐도 손님이 없어 테이블이 텅 비어 있다”며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환자가 광주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임시 폐쇄하거나 휴무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16번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이 근무하는 광주우편집중국을 임시 폐쇄하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근로자들의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해 8~9일 긴급 휴무에 들어간다.
광주시도 하루 간격으로 모녀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자 광주역과 터미널·광주공항 등에 6대의 열 감지기를 설치했다.
이날 현재 광주21세기병원에는 의료진·간호사 70여명, 환자 70여명이 머물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16·18번 환자는 전남대병원 음압 병동에 입원 중이다. /광주=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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