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텍사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세로 자신감을 얻으며 미국에 대형공장을 일컫는 ‘기가팩토리’를 추가 설립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한 테슬라를 두고 월가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테슬라 신화를 완성해가는 머스크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13.73% 오른 주당 887.06달러(약 105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주당 969달러선까지도 치솟았다. 전날 주가가 20% 가까이 급격히 오른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해 말 주당 418.33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112% 올랐다. 시가총액은 꿈의 고지인 1,000억달러를 넘어 현재 1,599억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도요타(약 2,300억달러)에 이어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전통의 자동차 공룡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테슬라 주가 상승세의 원동력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지난해 4·4분기 테슬라는 사상 최다 규모인 11만2,000대를 인도하며 시장 예상치(10만6,000대)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초 만 해도 대량생산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과시하고 있고 수익성도 개선됐다.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치인 1.72달러를 뛰어넘어 2.14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3·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 거버가와사키의 로스 저버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투자자들이 친환경 기업에 프리미엄을 붙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테슬라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점도 테슬라에 대한 낙관론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해 말 ‘모델3’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차기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모델Y’를 생산하기 위해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독일 베를린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이어 텍사스주에도 공장이 추가로 지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5일 머스크 CEO는 “기가 텍사스?”라는 트윗을 올리며 텍사스 초대형 공장 건설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최근의 테슬라 실적호전 추세가 이어진다면 텍사스 기가 팩토리 건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격적 투자에 나선 테슬라는 올해 인도 목표치를 전년 대비 약 36% 증가한 50만대로 제시했다.
테슬라 옹호론을 펴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문사 ARK인베스트는 최근 오는 2024년 테슬라 목표주가를 주당 7,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타샤 키니 애널리스트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성능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테슬라와 동등한 수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 등 전통적인 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난항을 겪으면서 테슬라가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쾌속질주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 견해도 많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등한 주가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나 2017년 말~2018년 초 비트코인버블 등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WSJ는 “모델3의 평균 판매가격이 2018년 5만7,000달러에서 지난해 4·4분기 4만7,700달러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익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캔터피츠제럴드의 피터 섹치니 수석 글로벌시장전략가는 “현재 테슬라의 주가 상승은 전형적인 투기 행태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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