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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오늘은 어디에...주차 난민 'PARKING 전쟁'

서울 확보율 130%지만 주택가는 102%

빌딩·상업시설 비싼 유료주차장만 늘어

주차장 용지 확대 불구 실질적 공간 부족

전문가 "사용않는 시간대 공유제 활용

美 주차상한제·이탈리아 주차허가제 등

차량 수요 관리 해외사례도 벤치마킹을"





# 30대 직장인 조모(34)씨는 퇴근 후 남편과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 택시를 이용한다. 이유는 장을 보고 집에 왔을 때 주차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조씨에게 ‘서울의 주차장 확보율이 130.09%’라는 사실을 알려줘 봤다. 그는 “사는 단지 내에도 차를 댈 곳이 부족하고 가끔 마트나 백화점에 차를 가져가도 댈 곳이 없어 지하주차장을 1시간씩 배회하기도 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차 전쟁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넉넉한 주차공간 확보가 고급 아파트의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차공간 확보도 문제지만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차장은 있는데 댈 곳이 없다”=통계청의 전국 주차장 확보율 통계를 보면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전국 주차장 확보율은 98.53%다. 매년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체 차량 중 일부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주의 경우 주차장 확보율이 65.4%에 불과하다. 3대 중 1대꼴로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매일매일 ‘주차 지옥’이 펼쳐지는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130.09%를 기록하고 있다. 수치만 보면 주차공간이 남아돌아야 하는데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굳이 따지자면 ‘주차공간은 있지만 주차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오피스빌딩과 상업시설이 즐비한 서울 도심 내 건물에는 업무용 차량이나 이용객들을 위한 주차공간이 상당히 확보돼 있다. 하지만 비싸게는 시간당 5,000~6,000원씩을 내야 하는 유료주차장이 대부분이어서 단기주차 외에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서울시는 공영주차장을 1~5급지로 나눠 차등요금을 부과하는데 1급지의 경우 5분당 300~500원 수준이다.

주차장 용지 보급이 오히려 주차난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김철민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4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총 164개의 주차용지를 팔았는데 이 중 150개가 민간에 매각됐다. 주차장 용지를 사들인 민간 사업자들은 이 용지를 수익성이 좋은 상가 등으로 활용하고 주차장은 건물 지하 등에 부설주차장으로 조성한다. 통계상으로는 주차공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주차할 곳은 부족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를 조금 더 세분화하면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민들이 실제 활용하는 주택가 주차장 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102.6%(2018년)로 수치가 뚝 떨어진다. 금천구(78.4%)와 영등포구(80.9%), 종로구(84.1%)처럼 오래된 주택가나 건물이 밀집한 지역은 더욱 열악하다. 아파트라고 사정이 좀 나을까.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주거환경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전국 아파트 가구 수는 1,004만3,138가구이고 주차장 면수는 938만9,034개로 가구당 0.93대에 불과하다. 서울은 0.88대, 부산은 0.79대, 광주는 0.92대다. 가구당 1대가 넘은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1.09대), 세종(1.3대), 울산(1.12대)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차장 확보’는 신축 아파트들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가구당 차량 보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은 ‘가구당 1.5대’ 주차 확보가 보편화되고 있다. 일부 단지는 2대 이상 확보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최소 1.5대 이상의 주차공간 확보는 ‘강남권 고급 단지’ 수준의 아파트를 만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해외 사례 통한 해법 모색을”=‘주차난’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태다. 우선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해 주차장 설치 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주차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전년(645억원) 대비 4배 이상 증액된 2,872억원을 편성해 주차공간 확보에 나섰다. 지자체 또한 각종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건축물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예로 제주시의 경우 전국에서 처음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차량을 구입하기에 앞서 주차공간을 확보해 증명하도록 한 제도다. 도심권 위주로 시행하다가 지난해 7월부터 도내 전 지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서울시는 거주자 우선주차제 시행,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구획선 확충, 일부 지역 자율주차구간 지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차난 해소를 위한 해외 사례를 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일정 지역에 대해 주차시설의 상한을 정해 도심 내 진입 교통량을 제한하는 ‘주차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차장을 늘리는 대신 차량 수요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도심에서 허가된 차량 외 차량 진입·주차를 전면 금지하는 주차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도심 거주자에 대해서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은 자에게만 차량 구입을 허가하고 있다. 일본은 차고지 증명제가 원활하게 자리를 잡은 사례다. 개인이나 법인은 자동차 구입 시 차고지를 확보해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증명 대상 차고지는 자택·사무실에서 최대 2㎞ 내에 위치하도록 해 ‘꼼수 증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낮 시간대(오피스·상가)와 밤 시간대(주택가)의 주차 수요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의 주차면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차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차장 공유를 통해 불법 주정차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대도시의 부족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제도 개선, 인프라 개선, 관련 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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