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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90년대생이 90년대 가수 양준일에 열광하는 이유

가수 양준일. /사진=JTBC 제공




데뷔 28년 만에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에 소환돼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가 있다. 바로 ‘탑골 GD’로 더 유명한 가수 양준일이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하고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에 열광하는 90년대생들은 TV프로보다 한 발 먼저 그의 진가를 알아차렸다. 90년대에 빛을 보지 못했던 그가 90년대생들에게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90년대 양준일은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91년 ‘레베카’라는 노래로 데뷔한 그는 파격적인 가사와 무대 퍼포먼스, 뉴 잭 스윙(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나타난 퓨전 음악 장르)을 선보였으나 되려 선정적이고 퇴폐적인 가수로 내몰렸다. 당국은 한국어가 서툰데다 영어를 마구 쓴다는 이유로 재미교포인 그에게 방송 출연 정지까지 내렸다.

그런 그에게 노래를 주는 작곡가는 없었고, 작사가도 구하지 못해 서투른 한국어 실력으로 직접 가사를 써야 했다. 심지어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이 도장은 절대 안 찍어줄 것”이라며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 그는 10년 뒤 V2라는 그룹명으로 연예계에 복귀했지만 차별과 편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히트곡 몇 곡과 궁금증만 남긴 채 황급히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뒤 양준일은 다시 부활했다. 지난해 여름, 90년대생들이 과거 유행한 음악 방송 영상들을 틀어주는 유튜브 채널 ‘온라인 탑골 공원’에서 그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양준일의 ‘가요 톱10’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3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양준일은 지드래곤과 흡사한 외모에 빼어난 패션 감각, 세련된 음악과 안무로 90년대생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양준일과 지드래곤을 비교한 모습. /사진=JTBC‘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캡쳐


#신선함

먼저 그가 지닌 특유의 ‘신선함’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든 게 빨리 생산되고 복제되는 디지털 시대에 90년대생들은 틀에 박히거나 흔한 문화에 싫증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양준일이란 존재는 신선했다. 짜여진 안무 대신 카메라 워킹을 신경쓰지 않는 자유분방함, 영어와 한국어를 절묘하게 섞은 가사, 댄디하면서도 세련된 의상 등. 분명 옛 것이지만 지금 접해도 전혀 촌스러움이 없다. 시대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선보인 자유로운 음악과 춤이 현재에 와서 신선함으로 부각됐다.

#자기다움



90년대생들의 무한 지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자기다움’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준일은 가수로 평가받을 기회를 잃은 뒤에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았다. 자신을 배척한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당장의 화려한 인기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차근차근 쌓아왔다. 이것이 특유의 양준일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양준일은 실시간 음원 차트에 연연하기보다 자기만의 음악적 성취로 대중에게 공감을 주는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겸허함

그리고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겸허함은 그의 인기가 단순한 신드롬이 아님을 증명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한 아이 아버지로 50대를 맞은 그는 담담하게 생활고를 털어놓았다. 세상의 평가와 삶의 고난 앞에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불행 속에서도 “과거의 실패를 바탕으로 미래를 가늠하는 그 ‘쓰레기’ 같은 생각들을 비우고 버려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나 자신의 편견을 버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매일 자신의 현재와 만나며 살아왔다“는 그의 말은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좌절하는 90년대 생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90년대생의 ‘탑골 GD’, 양준일의 인기는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복귀 이후 JTBC ‘뉴스룸’ 뿐 아니라 MBC ‘섹션TV 연예통신’과 ‘쇼! 음악중심’ 등의 예능 프로그램, MBC 라디오 ‘여성시대’ 등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세종대 대양홀에서 생애 첫 팬미팅도 가졌다. 그의 팬미팅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어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14일 출간될 예정인 양준일의 에세이. /사진=출판사 모비딕북스


양준일은 오는 14일 에세이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의 에세이는 입고 되기 전에 현재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일 예약 판매 접수를 받기 시작했는데 10분 만에 판매량 1,500부를 돌파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또한 2월 29일 서울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에서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북콘서트도 개최한다.

90년대생, 유튜브 세대가 먼저 알아본 가수 양준일. 그는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간 사람’, ‘20세기를 살았던 21세기 천재’였다. 독특한 스타일로 신선함을 만들어낸 사람, 주류로 분류되지 못해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은 사람,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겸허함을 잃지 않은 사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빛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 발짝 앞섰지만 그 앞서나간 한 발짝 때문에 90년대생들의 마음을 훔친 것이 아닐까.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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