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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관중 스포츠맨십

양준호 문화레저부 차장





귀화 프로농구 선수 라건아(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몸에는 한글 문신이 있다. 귀화하면서 지은 한국이름 석 자를 지난해 몸에 새긴 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랬던 라건아는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해 충격을 줬다. 그가 공개한 소셜미디어 메시지에는 흑인 비하는 물론이고 어머니를 욕하고 저주하는 글 등 입에 담지 못할 폭력적인 표현들이 난무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욕설과 인신공격이 스포츠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뛰어난 운동선수라면 이마저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여자 선수에게는 외모 비하 등 성희롱성 악성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여자농구 박지수는 경기 중 표정이 무뚝뚝해 보기 싫다는 내용의 비방글에 큰 상처를 받은 나머지 농구를 그만두고 싶을 지경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집요한 메시지에 우울증 초기 증세까지 갔었다고 한다.

과거에도 운동선수를 향한 악의적인 비방은 드물지 않았다. 야구장에서 술 취한 관중이 경기 중인 선수들에게 대놓고 욕설을 퍼붓는 일은 불과 십수 년 전까지도 흔한 장면이었다. 그때는 구단 관계자의 제지나 다른 관중의 따가운 시선 같은 견제장치라도 있었지만 온라인상의 비방은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다. 선수들은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개설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직접적인 언어폭력에 노출된다.



스포츠계의 악성 메시지와 악플은 스포츠 베팅과도 관련이 크다. 돈을 건 팀의 특정 선수가 경기를 그르치면 그 선수는 온라인상에서 십자포화를 피하지 못한다. 손흥민도 예외가 아니다. 몇 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다 한 경기쯤 쉬어가면 곧바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프로스포츠가 발전할수록 스포츠 베팅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커질 것이다. 라건아나 박지수처럼 선수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 악성 팬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효과가 있겠지만, 법적 대응을 위한 창구를 소속 리그가 나서서 만들어주는 등의 대응책이 시급해 보인다.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팬들의 스포츠맨십(sportsmanship) 회복이다.

미국 사전 미리엄-웹스터는 스포츠맨십을 ‘공정성, 상대에 대한 존중, 승패에 있어서의 너그러움 등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한다. 참여의 의미를 넓게 보면 관중도 스포츠 참여자다. 체육학대사전이 설명하는 스포츠맨십에도 ‘관중으로서는, 어느 편이든지 훌륭한 경기 기술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라’는 내용이 있다. 훌륭한 관중이 훌륭한 경기를 완성한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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