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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태풍루사 추경은 모범 사례…4조원 전액 수해복구 투입

단 사흘만에 국회 통과 '최단기'

국채 발행없이 가용재원 총동원

지난 2002년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로 경북 김천시 하행선 감천철교 교각 2개가 사라진 채 철로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다. 정부는 피해 복구를 위해 4조1,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연합뉴스




최근 20년 동안 17차례 편성된 추경예산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의 추경이 꼽힌다. 그해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가을 태풍의 위력은 강했다. 일일 강우량이 1904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많은 870.5㎜를 기록하면서 사망· 실종자만도 246명에 달했다. 경제적 피해는 역대 최악인 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추경은 편성 목적이 분명했다. 사용 내역 대부분이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긴급복구 비용과 김해· 합천· 함안 등 3개 특별재해지역에 대한 피해복구 지원이었다. 지금처럼 선심성 경기부양책은 일절 끼워 넣지 않았다. 정부가 9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 규모는 4조1,000억원. 재해대책 예비비를 1조3,000억원에서 4조 9,000억원으로 증액하고 지방교부금 정산분 5,000억원을 앞당겨 편성했다.

통상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추경 편성은 금기시해왔다. 2002년 가을은 16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재해복구 용도에 한정되다 보니 추경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낳지 않았다. 이 덕분에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지 단 사흘 만에 추경안이 통과됐다. 역대 최단기간으로 기록된다.



재원 조달도 모범적이다. 국채 발행이 없이 기존 가용재원을 총동원했다. 한은잉여금 초과납입분 1조9,000억원을 비롯해 한국통신(현 KT) 주식 매각 초과수입분 1조3,000억원, 세계잉여금 5,000억원, 이자예산 불용액 4,000억원을 끌어다 썼다.

2002년 추경이 물타기식 부양책으로 변질되지 않았던 것은 그해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회복 국면이었던 측면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건전·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뚜렷했던 영향도 컸다. /권구찬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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