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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기생충' 흥행에 주목받는 '반지하'…외신은 왜 반지하를 찾았나

‘기생충’의 한 장면./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평정으로 봉준호 감독만큼 관심을 받고있는 ‘한국의 것’이 있다. 바로 ‘반지하’다.

기생충에서 ‘반지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의 현실을 가장 극단적이면서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다. 1층과 지하, 그 사이에 존재하는 ‘절반의 지하’라는 구조적 특징과 함께 ‘눅눅한 습기’, ‘퍼지는 곰팡이’, 이를 안고 살아가는 한 가족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semi-basement’가 아닌 ‘banjiha(반지하)’로 각인됐다.

이런 너무나도 한국적인 ‘반지하’의 모습에 외신들도 직접 취재에 나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0일(현지시간) ‘기생충: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르포 기사에서 “영화 기생충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반지하는 현실”이라며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이 실제로 이곳에 산다”고 소개했다.

‘기생충’의 한 장면./CJ엔터테인먼트


BBC는 반지하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오기철씨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묘사했다. “반지하는 빛이 거의 없어 다육식물도 살기 힘들고,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10대들은 그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땅에 침을 뱉는다. 여름에는 참기 힘든 습기와 빨리 퍼지는 곰팡이와 싸운다. 화장실 천장은 너무 낮아 머리를 부딪치지 않으려면 다리를 벌리고 서야한다”.

다만 영화에서 반지하가 희망 없는 ‘가난의 상징’으로 표현된 것과 달리, 실제 서울 반지하에 사는 수천명의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살아간다고도 했다. ‘반지하’에 존재하는 것은 가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씨는 BBC에 “돈을 모으기 위해 반지하에 사는 것을 선택했지만 사람들이 동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나는 반지하가 내 꿈을 더 빨리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 반지하 생활에서 내 유일한 후회는 고양이 에이프릴에 창문을 통해 태양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반지하’의 기원도 보도했다. BBC는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자 1970년 한국 정부는 건축법을 개정해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며 “처음에는 반지하 임대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위기가 찾아오면서 이 공간이 거주 시설로 합법화했다”고 설명했고, 일본 아사히 신문도 반지하는 서울 주택부족의 대안이라고 봤다.

봉준호 감독./연합뉴스


외신이 이렇듯 ‘반지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비단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기생충’의 성공을 두고 이렇게 해석했다. “기생충은 재벌부터 국회의원, 노동자, 백수까지 우리 한국인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이다. 그러니 이 영화의 성취를 놓고 우리는 자축할 자격이 있다”.

박 감독이 말한 그 뼈아픈 ‘성취’의 중심에는 한국의 ‘반지하’가 있다. 봉 감독이 ‘반지하’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빈부격차와 소득 불평등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눅눅한 습기, 어두운 실내, 좁은 공간. ‘반지하’가 상징하는 사회의 조명되지 않은 단면은 전 세계에 어디에나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부교수는 “한국의 반지하 주택이 보여주는 사회의 격차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테마”라고 말했다. 외신들이 ‘반지하’에 주목하고, 이것을 ‘banjiha’라고 명명하는 것이 괜스레 씁쓸해지는 이유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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