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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전염병 전쟁 속 통신기술 전쟁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코로나로 화웨이·애플 등 타격
韓, 5G시장 선점효과 높이고
VR·헬스케어 등 콘텐츠 키워야

[현정택의 세상보기] 전염병 전쟁 속 통신기술 전쟁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아주 잘해낼 것이라면서 중국과 폭넓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상무장관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애플의 중국 생산시설이 북미로 옮겨와 일자리가 늘었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비상사태를 선언할 무렵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을 허용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미친 듯이 화를 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정보기술(IT)이 중국 굴기의 핵심으로 신종 코로나와 겹친 춘제 연휴 때 대부분의 생산공장을 지난 9일까지 닫았지만 스마트폰과 통신설비를 생산하는 화웨이 공장은 특별히 3일부터 일찍 가동하게 했다.

중국 정부와 국민의 애국적인 지원에 힘입어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추월해 2위로 올라섰으며 5세대(5G) 스마트폰만 놓고 비교할 때는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통신설비에서는 삼성이 지난해 초반 한국 5G 상용화 개시에 힘입어 잠시 두각을 보였으나 3·4분기 이후 화웨이-에릭슨-노키아-삼성 순서로 바뀌었다.

중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로 주로 중국 시장에 의지하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제품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애플·에릭슨·노키아 등 많은 외국 회사도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갖고 있거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생산을 끝내고 단말기와 통신설비 생산시설을 국내와 베트남·인도로 이전한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으나 구조적인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0.7%까지 떨어졌으며 통신설비도 가성비가 높은 화웨이의 공세에 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5G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필적할 만한 통신설비 회사가 없으며 단말기의 경우도 애플이 아직 5G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미국의 망 설계기업을 인수한 것처럼 미국 5G 시장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법무장관은 중국 회사에 맞서기 위해 에릭슨·노키아에 대한 지분 참여까지 거론했는데 삼성도 적절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 5G 통신설비 및 서비스 공급도 중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5G 시범사업이었다면 그보다 훨씬 주목받는 도쿄하계올림픽은 한국 5G 기술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다.

통신설비에서 한국이 기존 시장을 확보한 화웨이·에릭슨·노키아 3사를 바로 따라잡기는 버겁다. 따라서 가상현실(VR)·헬스케어·스마트공장 같은 5G 응용 콘텐츠를 개발·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비 분야도 4G와의 겸용에서 5G 단독모드(SA)로 확산해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2025’를 통해 중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공식화했으며 인민해방군과 공산당도 지원한다고 알려진 화웨이는 막대한 연구개발 인력과 투자 규모를 갖고 있다. 미국 상원도 지난달 5G 개발을 위해 미국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일부 지원을 하고 있으나 제도적 환경은 오히려 규제적이다. 주 52시간을 넘어 연구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해야 하고 의료에 5G 기술을 이용하는 데도 법적 제약이 있다. 신종 코로나와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미래가 걸린 통신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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