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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총선 후 ILO협약 비준·정년 연장 등 밀어붙이나

[與勞 다시 밀월... 총선 청구서가 두렵다]

양노총 "친노 정당에 표 몰아준다" 노골적 세과시

김주영 영입·고용연장 발언 등 與 이미 '군불때기'

정책 우선순위 조정...친노동정책 한층 강화될듯

더불어민주당 윤후덕(왼쪽부터) 원내수석부대표, 정춘숙 원내대변인, 조정식 정책위의장, 이수진 최고위원,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노총 김동명 신임 위원장, 이동호 사무총장, 강신표 상임부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ILO 협약 비준 여부는 앞으로 노정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5월, 김주영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문재인 정부 고용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는 ILO 국회 비준 여부가 문재인 정부에서의 노정 관계, 더 나아가 총선 승리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ILO 국회 비준 문제를 비롯한 노동 입법이 적극 추진될 경우 노동계 등 지지층 결집을 통한 총선 승리가 가능하겠지만, 여권이 이를 외면한다면 지지층 분열로 총선 필패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는 표심을 지렛대로 노동 입법 청구서를 여권에 들이밀었다. 지난 10일 한국노총은 6개 정당에 공동 질의서를 보냈다. 노조법 전면 개정, 해고 제한법, 정년 65세 이상 보장 그리고 최저임금 1만 원 보장 등 총 6개 노동 분야 입법 계획을 묻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정당에 표를 몰아주겠다는 총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선과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노조 표심을 무기로 여권을 압박해왔던 노동계가 이번에도 일종의 ‘청구서’를 내놓은 셈이다.

◇총선 앞두고 ‘친노’ 유혹 못 뿌리쳐=한동안 노동계와 약간의 거리 두기를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에 빠진 모양새다. 최근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총선 인재로 영입하고, 지난 11일 당 원내지도부가 한노총을 찾아 “총선 과정에서 노동 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한노총과 우리 당이 깊고 튼튼하게 연대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정년 연장 논의에 또 다시 불을 지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 창립으로 비례 의석수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내부적으로는 PK 등 전략 지역 표심이 위태한 상황”이라며 “원내 1당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노동계를 마냥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연대 파트너로 한국노총을 선택하는 게 민주당에 더욱 유리한 총선 전략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민노총과 달리 한노총과의 연대를 강화할 경우 지나친 친(親)노동으로 기우는 건 지양하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뒤 ‘청구서’가 문제=문제는 노동계와의 선거 연대를 통해 총선 승리에 성공할 경우 여권이 노동계가 내민 청구서를 쉽게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노동계와의 연대 강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21대 국회에서 정책 우선 순위가 조정되며 친 노동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예를 들어 울산의 경우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인데, 노조 세가 강한 울산, 창원 등 PK는 노조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라며 “총선에서 노조의 역할을 결국 부인할 수 없을 것이고, 총선 이후 노동계가 어떻게든 청구서를 내밀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외부 인원이 많은 사람, 조합원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하려고 애를 쓰는 게 선거를 앞둔 정당”이라며 “서로 이익을 공유하고, 양대 진영 정치의 타협과 공생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부연했다.



당장 그간 국회에서 논의됐던 노동 관련 법안들의 우선순위가 21대 국회 들어 전면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게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다. 앞서 한국노총이 보낸 질의서 6개 분야 중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는 문항도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ILO 선 비준 후 제도 개선 동의 여부다. ILO 핵심 협약 비준의 경우 핵심 협약 기준을 반영한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실업자와 해고자 노조 가입을 인정하고, 퇴직 공무원과 퇴직 교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찍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ILO 핵심 협약 비준과 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의 강한 반대도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탄력근로제에 노동계 입김 커질수도=탄력근로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입법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노동계는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총선 연대가 이뤄진다면 뒤로 밀려났던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력근로제 논의의 경우는 민주당 지도부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당장 총선을 앞둔 2월 임시국회, 총선 전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 연장 문제도 21대 국회에서 우선순위로 다뤄질 공산이 커졌다.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관련 메시지를 낸 데 이어 한국노총도 이날 기다렸다는 듯 40대 해고 제한법 입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간 각자의 길을 걸었던 양대노총이 총선을 앞두고 세를 모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양대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정부의 노동 제도 ‘개악’으로 규정하고 공동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등 현 정권 들어 각자의 노선을 걸었던 양대 노총이 연대 세력화를 통해 여권을 더욱 압박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하정연·구경우 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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