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혈관 등에 큰 부담을 주고 각종 장기에 저산소증을 초래해 뇌경색·심혈관질환·치매·돌연사 위험을 높입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제대로 진단받고 기도(氣道)양압기 치료나 구강 내 장치, 약물치료, 이비인후과·치과 수술 등 맞춤형 치료를 받아야 잠도 잘 자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지난 2015년 2만9,000명 수준이던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진료인원이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으로 지난해 8만4,000명으로 급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뇌파·근전도·호흡·심전도 등을 측정한다. 시간당 무호흡·저호흡이 몇 회나 되는지, 중증도는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기면증(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잠이 들거나 깰 때 환각·수면마비 같은 증상을 보임) 등 다른 수면 질환이나 부정맥(불규칙한 심박동)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자가진단·처방의 위험성도 경계했다. 그는 “환자 스스로 불면증이라고 생각해 수면제 등 약부터 먹는 분이 있는데 수면다원검사를 해보면 5분 안에 잠이 들지만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이루고 자꾸 깨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수면제는 호흡 근육을 느슨하게 해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습관성 코골이 70%가 수면무호흡증= 잠을 자면 목 안의 근육에 힘이 빠지면서 숨을 들이쉴 때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빠르게 통과하면서 진동(코골이)을 만들어낸다. 기도가 더욱 좁아져 공기가 통과하지 못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인구의 3~5%에서 발생한다.
코골이는 주로 남성에게서 많이 생기며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에 증가한다. 30~35세 남성의 20%, 여성의 5%, 60세 이상 남성의 60%, 여성의 40%에서 코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인 경우 그 비율이 3배 정도 증가한다.
습관성 코골이가 있는 사람은 수면무호흡증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70%나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나 주간졸림 등의 증상이 있고 시간당 무호흡·저호흡 수와 숨을 쉬기 위해 깨는 각성의 합이 △5회 이상(회당 10초 이상)이고 고혈압·심근경색·뇌졸중 등 합병증이 있거나 △15회 이상이면 진단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 병원에서 하룻밤 잠을 자면서 하는 수면다원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중증인데 치료 안 하면 사망률 3배 증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커지는 만 3세부터 증가해 사춘기 이후 줄어드나 남성은 중년부터, 여성은 폐경 후 증가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정도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데 심한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를 잘 받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약 3배 이상 증가한다. 또 고혈압·뇌졸중·심장병·당뇨 등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숨이 멎었을 때 온몸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저산소증에 시달리고 숨을 쉬기 위해 자꾸 잠에서 깨면서 다시 숨을 쉴 때 심장·혈관에 충격을 준다. 이런 현상이 하루 수십~수백 번씩 장기간 지속되면 전신 합병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장은 피곤하고 졸리고 우울하며 의욕이 떨어지고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는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치과 전문의가 함께 진료하는 체계를 통해 종합적이고 정확한 진단·치료를 제공해왔다.
이 센터장은 “수면장애에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주간졸림증, 수면 중 이상행동 등 수십 가지가 있고 원인이 매우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섣불리 약을 먹는 것은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거나 수면장애를 악화시키고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수면무호흡증 치료] “불편해도 기도양압기 ‘코 마스크’ 쓰고 주무세요”
일반적으로 양압기 치료가 가장 효과적
목젖 길거나 턱 작고 뒤로 처져 있으면
레이저로 절제하거나 턱 교정수술도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의 도움으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동반 질환과 치료 사례를 알아본다.
◇급성 뇌경색 동반 30대 남성= 39세 남자 직장인 A씨는 1개월 전 새벽에 뒤통수가 뻐근한 두통으로 눈을 떴다. 어지럽고, 왼쪽 팔다리는 마비로 잘 움직이지 못하겠고, 말도 어눌해졌다. 급히 아내를 깨워 119구급차를 불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갔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급성 뇌경색 소견이 보인다고 했다. 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하고 고도비만(키 172㎝, 몸무게 89㎏)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병력이 없고 술·담배도 잘 하지 않아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아내는 A씨가 평소 심하게 코를 골고 수면무호흡 증상을 자주 보였다고 했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시간당 87회의 무호흡, 심한 저산소증(혈중산소포화도 59%)을 동반한 ‘중증 기도폐쇄성 수면무호흡’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잠을 자는 내내 무호흡·저산소증에 시달리다 보니 새벽에 혈압이 매우 불안정하게 상승하고 심장·혈관 등에 큰 부담을 줘 결국 젊은 나이에 뇌경색 환자가 된 것.
하지만 ‘기도(氣道)양압기’로 잠잘 때 기도 압력을 10㎝H2O로 올려주면 적절하겠다는 진단에 따라 양압기 치료를 시작하자 수면무호흡 증상은 사라졌다. 양압기와 연결된 ‘코 마스크’를 쓰고 자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혈중산소포화도도 정상 수준인 90% 이상으로 회복됐다. A씨는 운동과 식이요법도 병행해 뇌경색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관상동맥 질환 동반 폐경 후 여성= 57세 여자 B씨는 3~4년 전 폐경된 후 남편으로부터 “당신이 코를 심하게 골아 잠을 자기 어렵다”는 불평을 들어왔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지내던 중 간혹 목·가슴 부위가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워 소화불량이나 위산 역류 증상인가 해서 단골 내과의원을 찾았다.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얼마 뒤에는 왼쪽 어깨와 팔이 뻐근하게 아파 다시 내과의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협심증일 수 있으니 큰 병원에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검사 결과 관상동맥 두 곳이 50% 이상 좁아져 심근경색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며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스텐트(금속망) 시술을 받았다. 평소 고혈압·당뇨병 병력이 없었던 터라 수면다원검사도 받았는데 1시간 평균 무호흡이 78회, 최저 혈중산소포화도가 73%로 떨어졌다. 중증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은 B씨도 기도양압기 치료를 받으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목젖 길고 코골이 심한 ‘경증 수면무호흡증’ 30대= 턱이 작은 32세 남자 C씨는 평소 코골이가 심해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놀림을 받고는 한다. 지인의 권유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긴 목젖이 수면 중 혓바닥에 닿아 기도가 좁아진 게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수면다원검사에서 시간당 무호흡 7회, 최저 혈중산소포화도 89%의 경증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C씨는 주말에 잠시 입원해 레이저로 목젖을 부분절제하는 등 구개성형술을 받고 심한 코골이에서 벗어났다.
◇턱 작고 수면무호흡증·주간졸림증 심한 20대= 턱이 작고 뒤로 처져 있는 21세 남자 대학생 D씨는 수면무호흡으로 잠을 깨는 경우가 있고 낮에 심하게 졸려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를 찾았다. 두개하악부에 대한 정밀 X레이와 수면다원검사 결과 ‘작은 턱증’ 때문에 기도가 심하게 좁아진 기도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았다. D씨는 의료진의 권유로 지난 여름방학에 아래턱(하악) 수술을 받았다. 주위에서 얼굴이 멋있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수면무호흡·주간졸림증도 호전돼 생활이 즐거워졌다. /정리=임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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