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 초기 5W 1H는 기사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6하 원칙이라고 배웠습니다. 5W 1H는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유래됐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과연 5W 1H라는 전통의 기사 문법이 유효할까요? 탐사보도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 1. 5W 1H는 죽었다, 2W가 더 중요한 시대 |
라즈 카말 자는 ‘인디언 익스프레스(The Indian EXPRES)라는 인도 일간지의 편집장이자 여러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입니다. 그가 영향력이 있는 언론인인 것은 언론계에 투신한 이후 탐사 보도에 집중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2016년 전 세계를 뒤흔든 ‘파마나 페이퍼스( Panama Papers)’의 주역입니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가 보유한 약 1,150만 건의 내부문서를 분석하고 공개한 프로젝트인데요. ICIJ와 협력한 각국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이 문건에는 21만 4,000여개의 역외회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각 정부의 고위관료, 유명인 등 전 세계의 부유층이 어떻게 세무조사를 피해서 재산을 은닉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비영리 독립 언론인 뉴스타파를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개의 역외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탐사보도의 사례는 기사의 문법이 5W 1H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라즈 카말 자는 “5W 1H는 더 이상 저널리즘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대신 그는 5W 1H 대신 이제는 새로운 2W가 기사의 문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W는 바로 ‘So What‘과 ‘What’s Next‘입니다. 독자나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이 두 가지 기둥이라는 것입니다. 독자나 시청자는 기존 기사의 문법에 충실한 새로운 팩트 보다는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과 배경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즉 “찾고, 설명하라’는 새로운 2W의 원칙을 충실히 따라야만 언론이 언론으로서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저널리즘의 미래는 (이 같은 원칙에 충실한) 탐사보도가 될 것이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 2. 급변하는 미디어환경-탐사보도가 필요한 이유 |
전통적인 사건 기사를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승객을 태운 버스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과거에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기자가 확인하고 5W1H 문법으로 미디어를 통해 독자나 시청자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사고 발생 현장에서도 실시간으로 미디어가 아닌 SNS나 다른 개인 미디어를 통해 뉴스가 전달되는 세상입니다. 미디어가 최초의 뉴스 취재원이자 뉴스 전달자인 SNS를 인용해 보도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기자나 미디어의 역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라즈 카말 자는 “사건 발생이후 독자나 시청자가 기대하는 뉴스는 단순 사실 보다 설명이다”며 “수많은 미디어나 뉴스 전달 통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단독 기사를 제외하고는 탐사 보도와 해설 기사가 전통 미디어의 존재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팩트를 전달하더라도 새로운 스토리로 재가공하거나 차별화된 형식으로 전달해야 더 많은 독자나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한국의 미디어의 보도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평창동계 올림픽 이후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 관계가 획기적인 해빙 무드를 맞고 있는데 정작 한국 미디어와 기자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 미디어와 저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북한의 변화에 대해 독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경험한 바로도 한국이 아닌 해외의 시각에서 한국에 가장 관심 있는 뉴스는 단연 북한 핵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외신들이 왜 그리 북한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는지 많은 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해하게 됐습니다.
라즈 카말 자가 독자중심주의 접근 방식의 사례로 스포츠 저널리즘을 든 것도 흥미롭습니다. 스포츠 경기는 보통 생방송(LIVE)으로 중계됩니다. 독자나 시청자들은 이미 경기 결과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포츠 저널리스트는 새로운 형태의 기사를 써야 합니다. 독자나 시청자와 같은 시간에 같은 경기를 보고 있기 때문에 경기 이면의 스토리를 써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읽히지도 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 3. 왜 뉴욕타임스를 읽는가-독자중심 디지털 전략과 높은 신뢰도 |
NYT는 2014년 이후 수차례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보고서에는 NYT의 변화와 미래 목표가 촘촘하게 담겨 있습니다. NYT는 모든 변화의 중심에 독자를 두었습니다.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디지털 기사를 생산해 유료 독자를 폭발적으로 늘렸습니다. 독자가 원하는 기사, 경쟁사를 뛰어넘은 차별화된 뉴스 콘텐츠를 느릴 결과입니다.
현재까지 성과는 눈부십니다. 디지털 신문의 매출이 종이신문의 매출을 넘어선 것은 물론 탄탄한 성장 궤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NYT가 최근 발표한 2019년 4분기 실적도 이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NYT는 지난 6일 작년 4·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신문과 온라인 독자를 합쳐서 530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4·4분기에 늘어난 온라인 독자가 34만 2,000명입니다. 지난해 연간 늘어난 온라인 독자는 100만 명이 넘습니다. 온라인 가입자가 계속 늘면서 4·4분기 매출은 20% 늘었습니다. NYT는 신문과 온라인을 합친 독자를 2025년까지 1,000만 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NYT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전략의 성공적인 행보과 함께 독자들의 신뢰도(Credibility)가 높기 때문입니다. 라즈 카말 자는 “독자들의 신뢰성 확보가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독자들이 왜 NYT를 읽는가라는 질문에 (경영자도 기자들도)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한국 언론들이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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