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아도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찾아 식사하셨는데 지금은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선업 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던 울산 동구 방어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경진(48)씨는 최근 조선소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주름이 펴지는 듯했으나 코로나19로 다시 속이 타들어 간다. 지역에 확진자가 없고 이동 동선에도 빠져 있으나 시민들이 불안 탓에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집 밖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외식업뿐만 아니라 졸업과 입학 시즌 특수를 놓친 화훼농가·상인과 여행·숙박업 등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히자 지방정부들이 구내식당 휴무 확대, 꽃 소비와 지역화폐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17일 전국 각 지자체에 따르면 청사 구내식당의 휴무를 늘려 외부 식당 이용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구내식당 운영을 잠정 중단해 민간 음식점 살리기에 힘을 보탠다. 광주시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 외식 부서를 지정 운영하고 매월 넷째 주 금요일은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는 우선 다음달까지 한시적으로 매주 금요일을 도청 구내식당 휴무일로 정해 직원들이 인근 식당을 이용하게 할 방침이다. 경기도청 일 평균 구내식당 이용인원은 1,000여명으로, 이들이 인근 식당 및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 월 3,000여만원이 지역상권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 포항시도 매주 금요일, 월 4회 실시하고 있는 구내식당은 지난 12일부터 매주 수·금요일, 월 8회 휴무제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지역 전통시장 4곳에서 주 1회 이상 점심먹기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울산시도 시청과 구·군청의 구내급식소 휴무를 상반기에 월 1회 추가하고, 연말까지 월 4회로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시청을 비롯해 25개 구청 모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외부식당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지역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울산시는 꽃 소비 대목인 졸업·입학 시즌에 지역 화훼업체를 돕기 위해 ‘1 테이블 1 플라워 캠페인’을 펼친다. 시·구·군, 산하 유관기관, 혁신도시 공공기관 등이 참여 업체에서 꽃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시는 65개 도·소매업체를 선착순 모집했다.
충남도는 각 시·군과 공동으로 다음달까지 매주 금요일을 ‘플라워 데이’로 지정하고 꽃 사주기 운동을 하고 있다. 강진군은 사무실 꽃 생활화를 위한 ‘1테이블 1꽃 운동’을 전개 중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꽃 선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전남도도 이동식 화훼장터를 열고 주요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생일 등 기념일에 꽃 선물하기’와 ‘1테이블 1플라워’ 운동을 펼쳐 현재까지 6,000만원 상당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지역 화폐 활성화로 위축된 상권을 살리는 노력도 시작됐다. 부산시는 충전식 카드 형태의 지역화폐인 ‘동백전’의 캐시백 10% 지급 기간을 이달 29일까지 연장했다. 이후 캐시백 혜택은 6%로 내려간다. 울산시는 4월 말까지 모바일 전자상품권인 ‘울산페이’ 특별 할인 행사를 추진한다. 이 기간에 울산페이로 결제할 경우 금액의 3%를 포인트로 적립해 5월에 울산페이로 충전할 수 있다. 경북 청송군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급여에서 군수는 50만원, 부군수와 4급 공무원은 30만원, 5급 이하 공무원은 10만원씩 청송사랑화폐를 구입하고 있다. 경남도는 경남사랑상품권을 할인판매한다. 10억원 한도 내에서 할인율을 10%로 올리고 월 할인구매 한도도 1인당 100만원까지 늘렸다. 올해 하반기에 상품권을 발행하려던 대구시는 상반기 중 300억원 규모의 대구사랑상품권을 조기 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헌혈 기피로 혈액수급에 적신호가 켜지자 헌혈캠페인을 벌이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날 서울광장에서 헌혈에 나섰고, 대구시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시청 별관에서 대대적인 ‘사랑의 헌혈’ 운동을 전개한다. 경북도는 26일 안동시청에서 공직자 및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헌혈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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