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방역이 뚫리면서 이에 맞춰 방역체계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한 달이 지나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증상 정도에 따른 의료체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보건소를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의 역할을 나눠 방역 효율성을 높이는 ‘전방위적인 의료기관 중심 방역체계’를 제안했다.
병협 측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호흡기 환자를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호흡기 환자를 전담하는 안심진료소를 별도로 설치, 운영해 선별진료소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호흡기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선별진료소 진료를 거쳐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모두 국가지정 음압격리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 의료진의 업무가 과중된 상태다.
확진자가 잇따라 무더기로 발생할 경우 이들을 모두 음압격리병실에 수용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하루 만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구시는 정부에 전국 단위의 음압병실 확보를 요청했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코로나19 확진자를 경·중증으로 나눠 치료 병원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엽 고려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 진료소를 오는 환자들이 많아질 텐데 대학병원이 이 환자들을 다 감당할 수 없다”며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등 분업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가 높은 전염성에 비해 치사율이 낮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치사율 지표를 치사율이 더 높은 독감과 비교해 정부가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방역당국도 지역사회의 감염 확산으로 확진자·의심환자가 급증하는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하면서 부산해운대 백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경북대병원 등의 응급실이 폐쇄됐다. 이로 인해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경·중증을 분리해 국가지정 격리병상이나 상급종합병원 등에 부담을 완화시키고, 확진자와 중증의 복합질환자들이 제대로 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을 계속 검토 중”이라며 “감염병 전담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병원들에 대한 현장점검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소병원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이를 위해 설치비·운영비·장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