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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삼성 뇌물 27억 추가... "남탓에 반성 없어"

■이명박, 2심 '징역 17년' 재구속

이팔성 뇌물 17억은 무죄됐지만

전체 뇌물 10억 늘며 형량 증가

총선 앞두고 불구속 전망 빗나가

'적폐청산' 이슈 다시 불거질 듯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다스 직원, 함께 일한 공무원, 삼성그룹 직원, 그 밖의 여러 사람의 허위 진술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책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뇌물액이 전체적으로 10억원가량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형량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 이명박(79) 전 대통령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1심보다 형량을 높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제 주인이고 이에 따른 지시 권한이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의 입만 빤히 바라보던 이 전 대통령은 2심에서 최종적으로 1심(징역 15년, 벌금 130억원)보다 많은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이 선고되자 재판부가 퇴정하기도 전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변호인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책임이 분명한데도 반성이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6일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난 지 350일 만인 이날 다시 구속돼 구치소로 이동했다. 보석을 허가한 재판부가 다시 법정구속을 명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뇌물 등을 전부 사익에만 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국가기능 부패를 막아야 할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몰래 뇌물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받고 법정 재구속을 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뇌물 혐의가 적용된 삼성그룹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유죄 인정 액수가 1심보다 무려 27억원가량 더 늘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무죄를 주장하며 1심 때와는 달리 핵심 증인들을 대거 법정으로 부른 전략도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만 쏟게 해 기존 유죄 혐의만 굳히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이 전 대통령은 당초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총 111억여원의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8년 10월 1심 재판부는 이를 기반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삼성 뇌물 혐의를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삼성이 2008년 미국 법인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검프에 430만달러(약 51억6,000만원)를 송금했다는 혐의다. 이에 힘입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는 삼성 뇌물만 119억여원에 달하게 됐다. 총 뇌물 혐의 액수도 163억여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6월 진행하려던 항소심 선고 절차도 올해로 넘어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 뇌물 가운데 89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1심에서 인정한 61억8,000만원보다 27억2,000만원이나 더 많은 수준이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에게 받은 것으로 인정됐던 뇌물액 19억여원 가운데 17억원이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 처리됐지만 삼성 뇌물액 증가분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아울러 1심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본 허위급여 지급·개인용 고급승용차 매입 관련 횡령 혐의도 유죄로 추가 인정해 전체 횡령액수도 1심 247억여원에서 2심 252억여원으로 증가했다.

당초 법원 안팎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한번 보석으로 풀려난 이상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재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이번 이 전 대통령의 재수감이 4·15총선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3·1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언급되다가 파기환송심 선고 연기로 수감을 이어가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이 전 대통령까지 구치소 생활을 재개하게 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적폐청산 이슈가 다시 총선 정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또 이번 판결이 올 초 똑같이 2심 선고가 예정됐다가 선고 연기, 재판부 대거 교체를 겪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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