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에 나서는 나라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인 1,300여명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24일(현지시간) 시작했다.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은 이날 긴급 안내문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의하에 한국인 관광객이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특별 전세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각각 오후4시와 오후10시에 출발하는 전세기 두편(LY063·LY065)을 마련했다. 한국인 500여명을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이들을 일단 귀국시킨 후 남은 인원도 추가로 보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서 입국한 이들을 일정 기간 격리하거나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브루나이·영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마카오·오만·에티오피아·우간다·카타르·브라질·싱가포르·태국·미크로네시아 등 13개국이다.
문제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나라들이 추가로 더 늘 것으로 예상되는 데 있다. 외신에 따르면 대만은 25일부터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간 자가검역을 한다. 홍콩 정부는 한국에 대한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해 25일 오전6시부터 한국에서 오는 비홍콩인이나 최근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비홍콩인의 입경을 금지한다. 몽골 정부는 25일부터 오는 3월2일까지 한국발 또는 한국행 항공편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리아포비아(한국 공포증) 현상이 만연하면서 한국인들이 각국에서 겪는 고초도 심해지고 있다.
베트남 다낭시 당국은 이날 대구시에서 출발한 비엣젯 항공편(VJ871) 탑승객 전원을 일시 격리 조치했다. 탑승객 중 우리 국민 20명은 다낭 공항에 도착 후 증상이 없었음에도 곧바로 인근 시내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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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34명도 23일 일부에서 감기 증상이 보인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한 뒤 전원 격리 조처됐다. 현지에 격리된 한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송돼 6시간 넘게 격리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이기는 하나 중국에서조차 코로나19 역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격리 조치하기로 하는 등 방역·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주광저우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이날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 선전에 도착한 여객기에 탄 한국인 30여명이 동승한 중국인의 발열 증상 탓에 전원 격리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각국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자세히 설명하며 입국 제한 조처를 해제할 것을 설득할 방침이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의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직후 ‘한국 정부가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고 조기 수습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각 주재국에 설명하도록 전 공관에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입국 제한 등 과도한 조치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과도한 조치를 취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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