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등을 하지 않고도 생체와 유사한 상태의 세포를 관찰하며 내부 물질의 양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분석기술이 나와 치료제 개발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광주센터 박사팀과 박경순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인공지능(AI) 기반 3차원 홀로그래피기술로 특정 세포를 인식하고 세포의 굴절률을 측정해 특정물질의 양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인 두 사람은 “현대인의 과도한 지방섭취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과다 축적되는 지방이 야기하는 퇴행성 질환들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며 “신규 치료제와 표적 나노약물 개발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연구팀은 기술의 적용사례로 거품세포(Foam Cell) 분화 과정에 따른 지질방울(Lipid droplet)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거품세포는 동맥 내에서 침입한 세균 등을 포식하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과도하게 지방이 쌓이면 분화해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등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3차원 홀로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면 별도의 전 처리 과정 없이 살아있는 세포 내부 물질을 정량화할 수 있어 생체 내에서와 유사한 상태의 세포를 분석하게 돼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홀로그래피는 분석 시료에서 빛의 진폭, 위상(phase), 간섭 등을 취합해 컴퓨터 연산을 통해 영상으로 빛의 분포를 재현하는 기술이다.
이성수 박사팀은 AI로 세포를 식별하고 24시간 동안 관찰해 단일 세포 수준에서 대식세포와 거품세포의 빛에 대한 굴절률, 부피, 세포 내 지질방울 개수 등을 분석했다. 대식세포가 거품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관찰하며 대식세포 내 지질방울의 양적 변화를 분석했다. 박경순 교수팀은 거품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세포 내에 직접 작용하는 표적 나노약물을 개발했다. 이 약물은 거품세포에 작용해 콜레스테롤을 세포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에 실렸다. 제1저자는 박상우 KBSI 박사후연구원, 안재원 중앙대 박사과정연구원, 조영주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다. 홀로그래피 연구장비 벤처기업인 ㈜토모큐브, 박용근 KAIST 교수팀도 함께 연구에 참여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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