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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소상공인 임대료 지원...따뜻한 상생? 건물주 압박?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에 정부 세금감면 화답

"IMF 시기 '金 모으기' 운동처럼 되길" 바람 속

일각선 "동참 안하면 '나쁜 건물주' 낙인" 반발도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건물주 14명은 지난 12일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되는 시점을 고려해 최소 3개월 동안 임대료를 10% 이상 인하한다는 내용의 ‘상생선언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확산하는 와중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임대료 지원 3종 패키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19에 따른 공포와 불안으로 사람들이 도무지 바깥 활동을 하지 않으니 영세 자영업자들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정책당국이 아이디어를 짜내 내놓은 방안은 이렇습니다. 올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건물주(임대인)가 소상공인을 위해 임대료를 내려주면 인하분의 ‘절반’을 소득세(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세(법인)에서 빼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임대료 인하에 여러 건물주가 동참해 특정 시장 내 점포의 20% 이상이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될 경우 정부는 이들 시장에 대해 노후전선 정비, 스프링클러 설치 등 ‘화재 안전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임대인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자발적으로 덜어주면 정부가 그 ‘착한 임대인’에게 부족하나마 보상을 해준다는 이 정책은 기본 구조가 특이할 뿐 아니라 전례도 찾기 힘든 것입니다. 지난주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을 당시 정책당국의 고위 관계자조차 “상식을 벗어나는 얘기”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상식을 벗어날 만큼’ 이례적인 이번 정책이 나오게 된 과정을 다시 간략하게 되짚어볼까요. ‘착한 임대인’ 운동의 시발은 전북 전주였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의 건물주 14명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시점을 고려해 최소 3개월 동안 임대료를 10% 이상 인하한다는 내용의 ‘상생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뒤이어 모래내시장과 전북대 인근 상점가, 풍남문 상점가 등 전주의 주요 상권 건물주들은 5~20%의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했고요.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 임대료 인하운동에 정부도 화답해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걱정을 덜어드리겠다”고 약속했죠.

이번 패키지 대책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건물에서 사업을 하는 임차인들도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정부 방침에 따라 코레일·LH·인천공항 등 임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103개 공공기관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 대책을 놓고도 상반된 시각과 의견이 공존합니다. 분명 전주에서 시작된 바람에 정부가 정책으로 화답한 일련의 과정에는 위기 때 하나로 똘똘 뭉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유전자(DNA)가 숨어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을 떠올리며 ‘착한 건물주’ 운동이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책을 발표하며 “이러한 따뜻한 움직임이 모여 결국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은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는 좀 다른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한시적’이라는 전제가 깔리고 ‘자발적’이라는 단서가 붙더라도 민간의 운동에 정부의 정책 지원이 더해지면 다른 건물주와 임대인들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더욱이 ‘착한 임대인’ 운동이라고 명명되고 정부의 특별지원까지 받는 상황에서 누군들 ‘나쁜 건물주’가 되고 싶을까요. 우연인지는 몰라도 KT는 정부 발표가 나온 당일 자사 건물에 세입자로 있는 소상공인의 3~5월 임대료를 대구·경북(TK) 지역은 50%, 그 외 지역은 20%씩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하나금융도 그룹 내 관계사가 소유한 부동산에 입주한 소상공인에게 3개월간 임대료를 30% 줄여주고 TK 지역은 임대료 전액을 면제해주기로 했죠.

이래저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입니다. 각자 처한 상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겠지만 어서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따스한 봄날이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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