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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귀족 후원보다 '내면의 소리' 따랐기에 성공했죠"

[연주자서 음악평론가로 변신한 최은규 '베토벤' 출간]

베토벤 활동한 곳 직접 방문

신화적 아닌 객관적 삶 담아

"청력 잃어가는 체험해보니

너무 가슴 아파 눈물날 정도"

최은규. /사진제공=아르테




베토벤의 음악은 여전히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다. 특히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베토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후세에 ‘악성(樂聖)’으로 추앙받는 그가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던 것은 아니다. 본의 궁정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걸핏하면 학대받았고, 의지했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술독에 빠져 지내던 아버지를 대신해 생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20대 중반 이후에는 청력 상실과 마주해야 했다.

아르테(arte)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출간된 신간 ‘베토벤’은 기존 베토벤 평전 속 ‘신화적인’ 베토벤의 모습에서 벗어나 그의 삶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려냈다. 연주자로 활동했던 저자 최은규는 척추와 경추가 심하게 휘어 오른팔이 말을 잘 듣지 않게 되면서 연주를 포기해야 했던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베토벤이 겪은 청력 상실의 고통을 더욱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최은규는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다 현재 음악에 대한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고 KBS 제1FM의 ‘FM실황음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면을 통해 만난 신간 ‘베토벤’의 저자 최은규는 “이미 베토벤은 너무 알려진 작곡가인 만큼 새로운 관점으로 글을 쓰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나의 베토벤’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으니 모든 게 해결됐다”며 “베토벤 역시 나처럼 음악을 직업 삼아 생계를 유지했던 직업 음악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니 의외로 글이 쉽게 풀렸다”고 떠올렸다.

아르테에서 출간하는 클래식 클라우드는 문학·철학·과학·예술 분야의 거장이 살았던 곳을 직접 찾아가 작품이 탄생했던 배경을 탐험하고 그 세계와 작가를 새롭게 조망하는 인문기행 시리즈다. 최은규 역시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과 그의 주 활동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 귓병을 비관하며 잠시 머물렀던 하일리겐슈타트 등을 직접 방문하고 책을 썼다.





그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베토벤이 말년에 교향곡 9번을 작곡한 바덴의 베토벤 하우스다. 그는 “현재 베토벤 기념관으로 운영되는 이 곳에서는 베토벤처럼 귀가 멀어가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며 “똑같은 수화기들이 여러 개 걸려있고 수화기를 들면 연도별로 베토벤이 어떤 식으로 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모든 수화기 너머로 똑같은 음악이 들려오지만 해가 갈수록 소리의 크기가 작아져 급기야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되는 식이다. 직접 체험을 직접 그는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베토벤은 음악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집에서 ‘모든 인류는 한 형제’라는 메시지를 담은 교향곡 9번을 작곡해 인류에게 힘을 전하는 큰 선물을 남겼다.

최 작가는 “베토벤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역동적으로 몰고 가는 힘이 대단하고 고통을 극복한 환희와 승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고통을 극복한 그의 체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오히려 예술을 향한 강한 열망을 떠올렸던 베토벤은 그의 작품에 강한 힘과 열정을 담아냈기에 설득력이 강하다”고 베토벤의 곡이 가진 매력을 설명했다.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베토벤이 자유음악가로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별한 가정 및 교육 환경, 당대의 사회적 배경과 귀족들의 후원이 발판이 되어 대중적 성공을 거둔 과정에 관심을 뒀죠. 그러나 글을 쓰면서 베토벤이 이룬 외적인 성공은 결국 그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청력은 약했지만 그에게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탁월한 내면의 귀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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