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리던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웰치 전 회장이 전날 집에서 부인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며 사인은 신부전증이라고 그의 부인을 인용해 전했다. 웰치 전 회장은 1960년에 화학 엔지니어로 GE에 입사해 1981년부터 20년간 회장직을 지냈다.
웰치 전 회장은 GE를 이끄는 동안 기업 가치를 120억 달러에서 4,10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GE의 매출은 270억달러에서 1,300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과 인수를 비롯한 사업확장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미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으로부터 1999년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라는 평가를 받았다.
GE 수장으로서 재임 기간 1,000여 건의 각종 거래를 성사시켰다. 회장 취임 7년 만에 ‘GE 캐피털 뱅크’를 설립했다. NBC가 보유하고 있던 전자 회사 ‘RCA’를 비롯해 증권회사 ‘키더 피보이’를 인수하고 GE 에어로스페이스를 매각하기도 했다.
재임 기간 GE 주주들에게 돌아간 수익률은 개인 배당금을 포함해 연 21%, 총 5,000%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거둔 수익률인 연 14%, 총 1,400%와 크게 대비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E의 뿌리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 GE’는 웰치 전 회장이 일궜다고 평가했다.
웰치 전 회장은 감원 등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회장 취임 5년 만에 인력이 41만1,000명에서 29만9,000명으로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인력의 4분의 1이 넘는 10만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 것이다. 웰치 전 회장은 대규모 감원으로 인해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중성자 폭탄(neutron bomb)’이라는 조롱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저서 ‘끝없는 도전과 용기(Jack: Straight From the Gut)’에서 경영자급 직원들을 열정으로 가득 차고 무엇인가 일을 해낼 ‘상위 20%(A그룹)’, 회사에 긴요하며 A그룹으로의 합류를 고무시킬 ‘중요 70%(B그룹)’, 퇴출 대상인 ‘하위 10%(그룹C)’로 분류하는 이른바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는 개념을 창안하기도 했다.
웰치 전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과 교류하는 등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유지해왔다. 웰치 전 회장은 정주영 회장과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자 정 회장의 제안으로 팔씨름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웰치 전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에 대해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네 가지는 책임감과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 올바른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회장은 그 네 가지를 고루 갖춘 경영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99년 방한해 고 김대중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는 세계 모든 나라에 좋은 모델이 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한국 국민들의 에너지와 경제회복속도에 대해 놀랍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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