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드라마의 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토브리그’로 첫 홈런을 치더니 ‘낭만닥터 김사부2’,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까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펑펑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2일 첫 방송된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집중력 높이는 배우들의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9%(이하 닐슨코리아/전국)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2’가 27.1%로 종영한 것에 비하면 낮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상승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 첫 SBS 월화드라마였던 ‘낭만닥터 김사부2’는 지난 2017년 시즌1 흥행 이후 시즌2로 돌아와 흥행에 성공했다. 시즌2는 ‘한석규’가 중심축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인물들을 기용했다. 그러면서도 트라우마를 가진 의사들이 김사부와 돌담병원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스토리를 유지했고, 시청자들에게도 통했다.
화제성으로는 단연 ‘스토브리그’가 최고였다. ‘야구경기 안 나오는 야구드라마’로 흥행 가능성을 의심받았던 ‘스토브리그’는 5.5%로 시작해 점점 입소문을 타더니 19.1%로 종영하며 올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며 올해 SBS 드라마의 첫 단추를 단단히 채웠다.
‘스토브리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하이에나’ 역시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는 등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혜수와 주지훈의 몰입감 높이는 연기력, 엎치락뒤치락하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상파는 한때 tvN, JTBC 등 케이블과 종편에 ‘드라마 왕국’ 타이틀을 빼앗기며 맥을 못 췄다. 심지어 KBS, MBC는 월화극을, SBS는 수목극을 폐지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KBS는 지난해 ‘동백꽃 필 무렵’으로 다시 황금기를 맞이하는 듯했으나 후속작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다시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MBC는 지난해 시청률 10%를 넘는 작품을 배출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종편에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참신한 소재와 장르였다. 또 지상파에서 볼 수 없던 자유롭고 파격적인 표현 기법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존 드라마가 60분 방송하는 것과 비교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80~90분 정도 방송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기존에 없던 금토극을 만드는 등 파격적인 편성의 영향도 있었다.
케이블과 종편의 빠른 변화와 색다른 시도에 맥을 못 추던 지상파는 적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편성 시간과 방송 분량 등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했다. 지난해 SBS는 ‘열혈사제’를 시작으로 금토극을 신설했고, 오후 10시에 시작하던 월화극은 9시 40분에 시작해 80분간 방송했다.
SBS는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4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김혜수와 시즌2까지 타이틀롤을 맡은 한석규, 첫 원톱 주연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서형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흥미를 이끌었다. 흔한 로맨스물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공개된 2020년 SBS 드라마 후발주자도 기대해 볼 만하다. 4월에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로맨스를 넘어 애국심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이민호, 김고은 주연의 ‘더킹: 영원의 군주’, 최강희 주연의 ‘굿 캐스팅’, 김희선·주원 주연의 ‘앨리스’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쯤 되면 드라마 왕국 타이틀은 SBS에 붙여야 하지 않을까.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