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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혁신이 더 큰 혁신을 낳으려면

박원주 특허청장





에디슨(1847년생)이 사망한 지 90년이 지났지만 그를 향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전류 방식을 두고 웨스팅하우스와의 경쟁을 그린 영화 ‘커런트 워’가 2017년 개봉돼 화제가 됐고 지난해에는 유명한 전기 작가인 에드먼드 모리스의 유작 ‘에디슨’이 출판돼 주목받았다. 최근의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기술패권 전쟁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에디슨을 다시 소환해낸 것은 아닐까.

사실 에디슨이 초창기에 공들여 출시한 전기투표기는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전하던 에디슨에게 반전을 선사한 것은 주식시세 표시기였다. 이 특허가 벌어다 준 놀랄 만한 액수의 돈을 종잣돈 삼아 에디슨은 자신을 최고의 발명가로 등극하게 만든 세기의 발명을 쏟아낼 수 있었다.

‘영국의 에디슨’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다이슨(1947년생). 그도 공 모양 바퀴의 정원용 수레를 발명하고서는 시장의 외면에 맞닥뜨려야 했다. 이후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발명으로 큰 수익을 거두더니 그 돈을 밑천 삼아 날개 없는 선풍기, 소음 없는 헤어드라이어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흥미롭게도 딱 100년 간격으로 태어난 두 발명가는 특허로 벌어들인 돈을 더 큰 혁신을 위한 종잣돈으로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과 미국이 특허를 철저히 보호해온 이유 역시 발명으로 새로운 발명을 낳게 하는 토양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특허에 기댄 혁신의 역사는 한국에도 있다.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서울반도체는 세계시장을 누비며 매출 1조원의 기업이 됐다. 그동안 해외에서 벌어진 200여건의 소송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업은 매출의 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왔고 그 덕택에 1만 건이 넘는 특허를 확보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특허가 기업들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지 못한 경우도 많다. 특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아 사고팔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금도 턱없이 낮아 종잣돈 노릇도 하지 못한다. 한국의 에디슨들이 마음 놓고 혁신을 꿈꿀 ‘지식재산 생태계’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지난해부터 고의로 특허를 침해할 경우 3배까지 배상금을 높이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3배를 배상해도 침해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보니 침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상금을 현실화하고 증거도 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도 필요하다.

새로운 질병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지키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류의 복리를 증진시켜오는 데 혁신적인 발명보다 더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없다. 이것이 혁신이 또 다른 혁신을 낳게 하는 지식재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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