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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남북전쟁 기름 부은 스콧 재판

'흑인은 시민 아니다' 잘못된 판결





“그들은 태생이 어디든, 자유민이든 아니든 헌법상 ‘시민’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송권을 포함한)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우월한 종족의 지배를 받아온 그들은 종속적이고 열등한 부류로 생각되었고 해방 여부와 관계없이 우월한 종족의 권한에 귀속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857년 3월6일 확정한 ‘드레드 스콧 대 샌드퍼드(Dred Scott vs Sandford) 소송’ 판결문의 앞부분이다. ‘그들’이란 흑인이며 ‘우월한 종족’은 백인이다. 쉽게 말해 ‘흑인은 미국 시민이 될 수 없고 소송을 제기할 권리도 없다’는 판결이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스콧(판결 당시 58세).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19세에 한 농장주에게 팔리고 31세 때 미 육군의 외과 군의관 존 에머슨(당시 27세)에게 다시 매각된 그는 늘 자유를 꿈꿨다. 탈출로 잠시의 자유를 맛봤으나 붙잡혀 돌아온 그는 주인의 근무지를 따라다녔다. 노예제도가 인정되지 않는 일리노이주를 거쳐 이사한 위스콘신 준주에서는 15세 연하 신부를 맞이해 가정도 꾸렸다. 주인을 따라 노예주인 미주리로 돌아온 그는 48세 때 주인이 죽자 미망인에게 300달러(구매력 기준 요즘 가치 9,440달러)로 자유를 사려고 했으나 거절 당하자 소송을 냈다.



노예가 허용되지 않는 주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자유민처럼 정식 결혼식을 치렀으며 딸도 유람선에서 낳았기에 자유라는 그의 주장은 1심에서만 통했다. 미망인의 항소에서 연방순회법원과 대법원은 판결을 되돌렸다. 노예제를 옹호하는 민주당 출신인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까지 관심을 표명했다고 알려질 만큼 세인의 이목을 끈 최종심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대법원은 7대2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자유주와 노예주 구분도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사상 두 번째 위헌 판결로 사법부의 우위가 확인됐다고 우쭐거렸으나 판결은 큰 파장을 불렀다.

가뜩이나 북부가 주도한 법률 탓에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는다고 여기던 남부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북부의 반발도 심해져 결국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 연방대법원의 스콧 판결은 남북전쟁 직후 수정헌법 14조로 무효가 됐으나 아직도 잘못된 판결의 대표로 회자된다. 2017년 드레드 스콧 재판 160년 기념식에 당시 판결문을 작성한 로제 테니 대법원장의 증손자는 스콧의 증손녀에게 ‘증조부가 내린 판결의 끔찍한 불의에 대해 사과한다’고 고개 숙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잘못된 역사를 만든 주역들의 후손이 반성하고 사죄하는 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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