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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100가지 물건으로 보는 여성 억압과 해방

■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850년대 미국과 서유럽에서 도입된 가정용 재봉틀은 여성들의 삶에 큰 변화를 이끌어낸 물건 중 하나다. 당시 영국의 한 잡지는 ‘세계 역사에서 재봉틀은 지금까지 어떤 발명품보다 여성을 육체노동의 고단함에서 가장 많이 해방시켜 줬다’고 단언했다. 이전에는 간단한 드레스 한 벌을 만드는데 10시간이 걸렸다면 재봉틀을 통해 1시간 만에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여성들에게는 의류 공장 등 집 밖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다만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푼돈을 받으며 옷을 만드는 경우도 생겼다. 해방의 도구가 오히려 여성 노동력 착취로 이어진 셈이다.

신간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재봉틀처럼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거나, 여성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오늘날까지도 여성을 억압하고 있는 물건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발달해온 과정을 기록했다. 여성의 역사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두 영국의 여성학자 매기 앤드루스와 재니스 로마스가 100가지 물건들을 세심하게 골라 여성사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책은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출간됐으며, 영국에서는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지 100주년인 지난 2018년에 출간돼 의미를 더했다.



1540년대부터 18세기 영국에서 여자들에게 채워졌던 ‘잔소리꾼 굴레’나 18~19세기 영국에서 기혼 여성에게 계약을 체결할 지위가 없던 시절 이혼 수단이었던 ‘아내 판매 광고’는 당시 낮았던 여성의 지위의 단면을 보여준다. ‘잔소리꾼 굴레’는 가부장적인 규범에서 벗어나 불손하거나 제멋대로 말하는 여성의 입에 채워졌다. 묵직한 쇠틀로 만들어진 이 장치는 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여성들이 물을 마실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이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키우지 못하도록 구속한 역사의 잔존물인 동시에 남성이 자신들의 권위가 위협받을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만든 물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들은 가만히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하지 않고 통치자로서, 과학자로서, 창조적인 재주꾼들로서 역사에 이바지했다. 1914년 미국 뉴저지의 평범한 주부 플로렌스 파파트가 발명한 전기냉장고는 여성이 직접 발명의 주체가 됐음을 보여주는 발명품 중 하나다. 저자들은 “여성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제약과 통제, 한계에 의해 기록돼왔지만, 여성들은 수동적이지 않으며 그저 피해자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라고 강조한다. 1만9,8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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