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회식 후 늦은 밤. 대중교통까지 끊겨 집에 갈 길이 막막했어요. 카카오 택시를 몇 번씩 불러도 잡히지 않았고,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쳐도 그냥 지나갈 뿐이었죠. 그런데 타다를 부르니 11인승 승합차가 바로 제 앞에 도착했습니다.(28세 직장인 A씨)
#피곤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던 택시 기사와 달리 타다 드라이버는 먼저 말을 걸지 않아 편했어요. 넓은 승합차는 안락했고, 무엇보다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이제 막 돌 지난 아이와 함께 타기에도 정말 좋았죠. (30세 워킹맘 B씨)
한 달 뒤. 이젠 타다를 탈 수 없다. 2018년 10월 출시돼 택시가 해결하지 못했던 승차거부를 단번에 개선하며 170만명 이용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은 지 불과 1년 5개월 만에 타다가 결국 정부와 국회의 규제에 가로막혀 시동을 끄게 됐기 때문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할 시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경우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항만인 경우 등에 한해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기 때문에 타다는 현행 운영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없다. 만약 운행을 계속하려면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총량 안에서 기여금을 내야만 한다.
타다 측은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타다 애플리케이션 공지사항을 통해 “임시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이 의결됨에 따라 최종 법안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면서 “법안 공포 시 타다 베이직은 1개월 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다 어시스트는 7일까지만 운영된다”면서 “타다금지법 통과로 투자 유치가 불투명해져 서비스 유지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타다 어시스트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임산부 등 이동이 불편한 모든 이동 약자를 위한 서비스로 상대적으로 높은 운영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후배들과 다음 세대에 면목이 없다”면서 “한국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한다는 것,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저는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혁신에 도전해야 하는데 사기꾼, 범죄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누가 도전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러면서 벤처 강국을 만들고 혁신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경제 위기에 국토교통부 장관은 위기에 빠진 교통산업을 지원하는 대신 어떻게 혁신의 싹을 짓밟을까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타다에 투자하기로 했던 외국 투자자는 ‘충격적이고 한국에 앞으로는 투자 못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털어놓았다.
스타트업계에서도 타다금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행 타다 서비스는 불법이 됐고, 이제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절벽 앞에 섰다”면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기존 택시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생사여탈권’을 쥐어버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상생과 혁신은 정부의 의지와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고, 시장경쟁을 통한 혁신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스타트업은 벌써부터 얼어붙은 투자 시장 앞에 길을 못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규제는 상생의 한 방법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모빌리티 유니콘의 출현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거대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해관계자의 반대만으로 새로운 규제의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오늘 통과된 법은 앞길은 전혀 알 수 없는 절벽 위에 스타트업을 세워놓고, 퇴로는 막아버린 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타다 측은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 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분을 전달했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결정은 대통령님의 말씀과 의지를 배반하는 것”이라면서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위해 대통령님의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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