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던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류현진)
“타자들의 명성을 생각하지 않고 던졌다.”(김광현)
한국 대표 좌완투수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수 싸움의 명수다. 스타일은 다소 다르지만 상대 타자의 예측을 힘들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류현진은 뛰어난 완급 조절과 위기관리 능력, 다양한 변화구로 타선을 무력화하고 김광현은 특유의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몰아세운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한날 선발로 등판해 나란히 무실점 쾌투로 승리를 챙기며 정규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탬파베이 레이스전(토론토 8대3 승)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4⅓이닝 동안 64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달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2이닝 1실점(투구 수 41개)을 기록했던 그의 2경기 평균자책점은 1.42(6⅓이닝 1실점)로 떨어졌다.
류현진은 투구 수와 이닝을 늘리며 순조롭게 정규시즌 준비 과정을 밟으면서도 흠잡을 곳 없는 내용을 선보였다. 특히 3회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1사 후 안타를 내줬지만 상대 1번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고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안타를 허용해 몰린 2사 1, 2루 상황에서도 케빈 키어마이어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구속에 관한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류현진은 “투수에게는 단순히 던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강속구 투수가 그저 신기해 보일 뿐 부럽지 않다”고 답했다. 토론토 주전 포수 대니 잰슨은 “류현진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변화구를 정확하게 던진다”고 칭찬했고 캐나다 스포츠넷은 “그는 어느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편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KK’ 김광현도 거침없는 역투를 펼쳤다.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세인트루이스 3대0 승)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3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 선발 진입 경쟁을 벌이는 김광현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에 8이닝 동안 삼진 11개(피안타 5개)를 뽑아내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선발로는 두 번째로 등판한 김광현은 특히 베스트 라인업으로 무장한 ‘홈런군단’ 타선을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꽁꽁 묶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미네소타 선발 라인업 중 8명이 지난해 합작한 홈런은 226개에 달한다. 하지만 김광현은 삼진 4개 중 2개를 지난해 미네소타에서 가장 많은 홈런 41개를 때린 4번 타자 넬슨 크루스와 37홈런의 2번 타자 조시 도널드슨에게 빼앗았다. 1, 2회를 모두 삼자 범퇴로 처리한 김광현은 3회에는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중견수 뜬공과 힘없는 3루수 땅볼로 침착하게 처리해 1, 2루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광현은 “타자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불안해져 공을 잘 던질 수 없기 때문에 좌타자인지 우타자인지, 교타자인지 장타자인지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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