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현실화하면서 의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워싱턴 정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중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코로나19가 백악관에도 퍼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염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행사를 자제하라는 공중보건지침을 무시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은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맷 가에츠, 더그 콜린스, 폴 고사, 마크 메도스 하원의원, 민주당의 줄리아 브라운리 하원의원 등 6명이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한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 5명은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자가격리 중이며 브라운리 의원은 최근 워싱턴DC에서 만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백악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ABC뉴스에 따르면 자가격리 중인 가에츠 의원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열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의 만찬 행사에 배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무진과 에어포스원에도 함께 탑승했다. 감염자와 접촉한 콜린스 의원은 6일 도빈스공군기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한 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순방에 동행했다. 두 의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밀접 접촉자인 셈이다. 다만 이들은 아직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 언론들의 집요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없는 공개행사 참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 보건당국은 고령자에게 코로나19에 취약할 수 있으니 군중이 밀집하는 곳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CPAC 행사에 동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자신은 검사를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검사를 받았는지는 모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검사 여부를 빨리 파악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정작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이날 트위터에 “지난해 3만7,000명의 미국인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해마다 평균 2만7,000명에서 7만명이 사망한다”며 “지금 (코로나19) 확진자가 546명, 사망자가 22명인 것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CDC에 따르면 지난 시즌의 경우 3,740만~4,290만명이 독감에 걸렸고 이 중 3만6,400~6만1,200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1,000명당 1명이 사망하는 것”이라며 “WHO는 (코로나19) 확진 30건 중 1건이 사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데 이는 독감의 34배 치사율”이라고 칼럼을 통해 비판했다.
한편 이날 폭스뉴스 방송은 백악관과 국무부가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외국 당국자들의 직접 방문을 삼가고 대신 전화협의나 화상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공식 지침 발표는 없다고 밝혀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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