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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오프라인 유통 벼랑끝에...시장 위축 초래할 규제 과감히 철폐를"

<박진용 한국유통학회장>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세 꺾이는데다 코로나까지 덮쳐

전통 유통공룡, R&D보다 과감한 전략적 결단 내려야

'치킨게임' 온라인업체들도 규모-수익 중 하나 택할 시기

온라인 전문상품 거래 확대...쿠팡모델 생존경쟁 직면할것

롯데백화점의 최근 3주 동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상이 깊어진 탓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통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속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유통산업을 집중 연구하고 정부의 유통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에도 참여해온 박진용 한국유통학회장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유통산업 위기극복과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건국대 경영대 교수인 박 회장은 지난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유통 부문이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세가 꺾이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며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제를 과감히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박진용 한국유통학회장은 지난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온라인 시장은 죽지 않고 출혈경쟁만 계속되는 구조여서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승자독식 모델이 나오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성형주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방문을 기피하고 비대면이 가능한 온라인으로 몰리다 보니 오프라인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의 구조조정도 빨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롯데그룹 유통 부문이 백화점·마트·슈퍼 등 200개 점포를 줄인다. 그동안 한두 개의 점포가 없어지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많이 어려웠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 시점이 당겨진 것이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 분기 손실을 입은 뒤 고정자산을 리츠(REITs)에 팔며 몸집을 줄여왔다.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 부문을 오히려 강화하려는 것 같은데.

△온라인 시장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어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부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균형을 이루겠지만 당분간 온라인을 더 강화할 것이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을 강화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데.

△온라인 업체들이 유통구조 혁신으로 굉장히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다. 선투자가 아주 많이 들어가고, 들어간 것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업체들 중 이익을 내는 회사는 G마켓·이베이 정도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으로 들어와도 적자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전통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우 어려운데, 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

△소비자의 안전·후생과 관련된 필수규제는 유지돼야겠지만 자칫 시장위축을 초래할 규제는 과감하게 제거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를 통해 파이가 작아진다면 규제로 얻게 될 반사이익도 작아진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 업체로서 받아온 규제를 온라인 투자 확대 과정에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전10시~오후10시로 제한된 오프라인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온라인 투자 때 적용한다면 물류나 배송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시장이 조금이라도 활력을 얻도록 오히려 오프라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

-시급히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일단 휴일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해 시장 활력에 도움이 되는지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적으로 어려운 대구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온라인 업체들 간에는 이미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승자독식 구조라는 온라인 소매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순수 온라인 업체가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은 온라인 부문 강화를 위해 방어적 투자를 한 게 오늘날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의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압도적인 승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다. 이제는 규모와 수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의 온라인 유통시장도 승자독식 구조로 갈 것으로 보는가.

△아마존이 오랫동안 적자로 힘들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같이 출발한 온라인 업체들이 도태될 때까지 버텨 생존한 것이다. 규모를 베이스로 깔아 이익이 조금씩만 나더라도 커버가 되는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승자독식 형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누가 죽어주질 않아 출혈경쟁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 진출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워낙 큰 시장이니 승자독식 형태가 나타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그래서 로컬 강자들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위기가 소모적인 싸움을 끝낼 시점을 당겨줄 것 같다.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은 정체 내지 역성장하고 온라인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덜 차별적이고 점포에서 굳이 품질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생필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군의 확대와 이를 받아들이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정점에 이르기까지 온라인화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올해 온라인 거래 비중은 전체 거래의 38%로 글로벌 평균인 16%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상품군의 경우 거래 규모를 100으로 볼 때 한국에서는 80% 가까이 온라인으로 거래된다고 본다. 생필품의 온라인 판매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 더 선호돼온 패션·가구·화장품 등 전문성 상품군으로 온라인 판매가 확대될 것이다.

-쿠팡의 모델이 더 확장할 것으로 보나.



△쿠팡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유통을 하는 업체로, 두 가지 문제가 우려된다. 첫째는 성장세 둔화다. 두번째는 이 시장에서 경쟁자를 모두 물리치고 생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복병이 많다.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으로 공격해 들어오고 있다. 특히 검색 기능을 통해 쇼핑으로 연결하는 포털도 복병이다. 포털 쇼핑에서 검색해 쿠팡의 루트를 타고 들어간다면 과연 이 게임에서 누가 이기겠느냐는 것이다.

-소상공인 부문이 김영란법,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코너에 몰려 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산업 측면에서 앞서 가는 부분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선별해 집중적인 투자나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못하는 부분도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과 복지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들이 경제활동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유사한 지원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유통이 4차 산업혁명과 만나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는가.

△4차 산업혁명의 기본적인 기술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가공이다. 덜 노력하고도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것이다. 결제를 편리하게 해주고 매장 내 경험의 효율화, 무인점포화 등이 진행될 것이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통합한 확장현실(XR) 점포도 나올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돼 상품 진열도 스마트해진다. 유통산업을 지원해주는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될 것이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쪽에 연결된 4차 산업혁명 서비스가 많아진다는 얘기인가.

△그런 측면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해 모바일이나 모니터 환경에서의 최적화를 많이 시도해왔다. 큐레이션이 대표적 사례다. 검색을 열심히 하지 않고 상단에 올라 있는 제품을 클릭만 해도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시도들을 해왔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감소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수축기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규제를 완화해 생태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 이제는 점포가 사라지면 남아 있는 상권이 얼마나 피폐해질 것이냐에 대비해야 한다. 주변의 자영업체나 소상공인들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변 슈퍼마켓까지 문을 닫으면 온라인 구매가 어려운 고령층의 경우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쇼핑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오프라인·온라인 유통업체가 상생하는 길은 없는가.

△온라인 업체와 중소 유통업체·소상공인 등이 협업을 하는 것은 효과가 있으므로 실제로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질이 좋은 지역 상품을 온라인에서 적극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강자와 온라인 강자가 상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에 해주고 싶은 말은.

△생존의 기로에 접어들었다. 누가 더 빨리 목표를 수정해서 생존하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위기상황이므로 장기간의 리서치나 연구개발(R&D)보다는 과감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잘라낼 건 잘라내고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온라인 업체들에도 전할 말이 있다면.

△투자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점검하라고 주문할 것이다. 승자독식 모델을 추구할지, 작은 영역에서 성공하는 목표를 세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해나갈 수는 없다.

-더 하고 싶은 얘기는.

△기본적으로 유통도 육성해야 할 하나의 산업으로 봐주면 좋겠다. 중간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물건을 되파는 게 무슨 부가가치를 생산하느냐는 시각이 일부 있다. 그게 아니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분배하고 생산자의 상품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경제에서 세포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유통산업 발전이 경제 발전과 직결돼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He is…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신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유통과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마케팅학회에서, 2017년 경영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4차와 5차 등 두 차례에 걸쳐 정부의 유통산업발전 5개년 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유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제25대 한국유통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박진용 건국대 경영대 교수가 9일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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