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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맨땅서 일어난 미국 친구들, 창조적 파괴 다 어디갔어?

■앨런 그리스펀·에이드리언 올드리지 지음, 세종서적 펴냄

전통산업 파괴·혁신정신 내세워

기회 찾아나선 '캐러번 나라' 美

황무지서 세계 최고 富 일궜지만

창업정신 쇠퇴·경제 역동성 상실

"저성장 늪에 빠뜨린 규제의 족쇄

정치권 의지만 있으면 해결 가능"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크 스타킹을 가질 수 있었다. 자본주의는 가난한 여공도 그 스타킹을 신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대표적인 이론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대중의 삶을 향상시키는 자본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류 역사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가장 큰 번영을 이룬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인들은 황무지에서 40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부를 일궜다. 오늘날 미국은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국민들의 생활수준 역시 노르웨이, 카타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때 각국에서 이민자들이 ‘기회의 땅’ 미국으로 몰려들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이처럼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번영을 이룬 요인은 무엇일까. 이 해묵은 질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리스펀과 이코노미스트 저널리스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가 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창조적 파괴’라는 답을 내놓았다. 창조적 파괴란 슘페터가 1940년대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미국은 전통산업의 파괴가 창조의 대가임을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번영했다는 논리다. 책은 미국이 유럽 국가들처럼 가진 것을 지키려는 ‘성채의 나라’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다니는 ‘캐러밴과 같은 나라’라고 규정한다.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창조적 파괴’가 지닌 ‘창조’와 ‘파괴’적 속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창업자들이 기업을 설립하고 사업 규모를 키우는데 뛰어난 동시에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파산했을 때 정리하는 것도 자유로운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19세기 미국의 주요 기업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한 뒤에야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존 록펠러,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 같은 이들이 모두 숱한 실패를 딛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한 미국은 건국 초기 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소득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창업 정신을 촉진시켜 왔다. 해외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그 어떤 국가들보다 적극적이었다. 재산권은 특허권 보호로 확대됐고, 이는 기업가들에게 혁신을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남북전쟁을 치른 미국은 대륙 전체에 걸쳐 기업을 토대로 삼는 상업공화국으로 단일화됐다. 이후 19세기 후반 들어서는 문화, 인구, 정치, 지리 등의 다양한 이점을 통합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창업자들처럼 미국도 강대국이 되기까지 숱한 실패를 겪어야 했다. 1930년대 미국은 역사상 가장 길고 깊은 불황에 시달렸다. 1970년대에는 경제불황 와중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으며, 미국 기업들은 전후 독일,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상처를 입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다시 한 번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생산성 증가율이 거의 정체돼 여러 산업분야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강대국에 밀려나고 있다. 신생 기업 수는 저점에 이르렀고, 노동시장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도 급증하고 있다.

책은 미국 경제가 이 같은 국면을 맞게 된 요인으로 쇠퇴하는 역동성을 꼽는다. 역동성을 가로막는 요인은 비대해진 복지제도다. 현재 미국 가정의 55%는 연방복지제도를 통해 현금이나 현물 지원을 받으며, 65세 이상은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혜택을 받는다. 58%의 아동이 복지 혜택을 받는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전체 미국 인구의 36%인 1억2,000만명은 2가지 이상의 복지혜택을 누리고 산다. 이외에도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와 미국으로의 ‘자본 환류(Capital Repatriation)’를 위해 세금을 삭감하고 인프라 지출을 늘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도 미국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저자들은 미국 경제가 처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이라기보다 열쇠만 있으면 벗을 수 있는 ‘족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이러한 족쇄를 풀어줄 정치적 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보다 미국이 스스로 만든 족쇄를 차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이 족쇄를 벗는데 필요한 모든 열쇠를 가졌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대한 문제는 미국이 그 열쇠를 돌릴 정치적 의지를 가졌는지 여부다.” 2만3,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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